공익 실현이냐, 새 ‘관치’냐…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에 쏠린 눈
전문가들 “견제는 필요하지만 기금 독립성 확보가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지주와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화두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인 없는 기업’이라고도 불리는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CEO)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정부의 ‘낙하산’ 인사 등 관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유분산기업은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으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거나 주요 주주인 경우가 많다. 8일 경향신문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주식 보유 내역과 각 기업의 공시를 분석해 보니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36곳이었다.
이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KT(10.6%), DGB금융(9.6%), 하나금융(8.9%), 신한금융(8.8%), 포스코(8.7%), 네이버(8.2%), KT&G(8.0%), KB금융(7.9%) 등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우리금융(7.9%), BNK금융(9.6%)의 2대 주주다.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이 “소유분산기업들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화두가 됐다. 그동안 소유분산기업에 대해서는 CEO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이사회를 꾸려 참호 구축을 하고, 성과와 상관없이 연임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날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도 국회에서 열린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서 “부정행위가 있음에도 CEO·회장 등이 연임하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유분산기업의 CEO를 견제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필요성은 인정한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번 CEO 자리에 오르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소유분산기업에서 CEO 견제가 안 되는 상황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립성이다. 국민연금 등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소유분산기업의 CEO를 입맛에 따라 갈아치우고 낙하산을 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 CEO를 견제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좋지만, 그것을 핑계로 관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포스코의 경우 CEO의 성과와 상관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바뀌어왔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방향이 정부 의견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EO 관련 리스크가 불거졌던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전제조건들이 있어야 관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유희곤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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