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이 정도로 많았어?”...흔들리는 ‘제조 강국’ 위상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2023. 2. 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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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제조업 국내공급동향
車 ·전자제품 등 주력 품목
수입산 비중 68%나 달해
국산 0.4% 줄어드는 동안
수입산은 무려 9.2% 증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작년 한국 내 공급된 제조업 제품 가운데 수입산 비중이 30%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만·중국 등지에서 넘어온 수입 시스템반도체와 자동차가 급증한 탓이다. 주력 산업에서 수입산 비중이 확대되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지난 해 제조업 국내공급지수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제조업계 수입산 점유율은 31.2%로 전년(29.4%) 대비 1.8%포인트 올랐다. 2010년 1분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은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차량·전자제품용 부품 수입이 크게 늘었다”며 “수입산의 비중이 확대된 것은 맞지만 코로나 19 이후 발생한 산업계 공급망 대란이 완화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주력 산업 대부분에서 지난해 수입산 비중이 확대했다. 자동차(완성차·부품) 업계 수입 비중은 15.7%로 전년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전기 장비의 수입산 비중은 34.3%, 의료·정밀과학은 51.0%, 기계장비는 35.2%로 1년새 각각 4.8%포인트, 2.1%포인트, 0.3%포인트 증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수입산 비중은 68.2%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다만 여기에는 중국이나 대만에서 수입하는 부품 외에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완제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가전 기업의 주력 생산 기지는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돼 국내로 출하했거나 외국에서 만들어 국내에 공급된 모든 제조업 제품의 실질 공급액을 지수화한 것이다. 지난 해 이 지수는 111.4로 전년도 108.7과 비교해 2.5% 올랐다. 그만큼 제조업 내수 시장이 커졌다는 얘기지만 실상은 국산 제품 공급은 줄고, 수입산은 늘어나는 실정이다.

작년 국산 제품 공급지수는 전년 대비 0.4% 하락한 반면 수입 제품 지수는 9.2% 뛰었다. 2021년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산의 경우 전년 대비 0.6% 찔끔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수입산은 14.8%나 급등했다.

지난 해 국내 제조업 시장에서 수입산 비중의 증가는 원화값 추락 탓으로 이유를 일부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수입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전자제품은 2016년 수입산 비중이 47%에서 지난해 68.2%로 증가했다. 화학제품은 같은 기간 26.7%에서 35.4%로, 전기장비는 22.7%에서 34.3%로 각각 올랐다.

제조업에서 수입산의 증가세는 국내 주력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는 와중에 그 빈자리를 메울 정도로 첨단 제조업의 성장을 이루지 못해서다. 첨단 제조업의 결정판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3% 남짓한 수준으로 20년 넘게 정체돼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은 2020년에 와서야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한 수준이다.

완성차 분야도 허리에 해당하는 르노코리아,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이 힘을 쓰지 못하며 수입산 점유율이 점차 오르는 중이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 점유율은 2018년 9.4%에서 2019년 10.2%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12%로 올랐다.

정부는 전자 제품 뿐 아니라 차량용 부품 산업에서도 필수 중간재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난 해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가로막히는 등 아직 성과는 미약하다. 정부는 현 대기업 기준 8%인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15%로 끌어올리는 법 개정을 올해 다시 추진하면서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을 밀어붙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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