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주애, 군 수뇌를 병풍처럼…‘존경하는 자제분’ 호칭 격상
공식 석상 세번째 등장…리설주는 ‘ICMB 목걸이’ 착용
호칭 ‘존귀’→‘존경’…전문가 “개인숭배 조장하는 표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와 군 지휘관들을 치하했다. 김주애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불리는 등 위상이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 후계자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후대 안전을 위해 국방력 강화에 천착한다는 김 위원장 리더십의 상징적 존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김 위원장이 전날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지휘관 숙소를 방문하고 기념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다음날 군 지휘관들을 만나는 등 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연회에서 “불사신같이 투쟁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항상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나라가 어려울 때면 언제나 우리 군대부터 찾았다”며 군 지휘관과 장병들을 치하했다.
김주애와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도 연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석상에 등장한 김주애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과 ICBM 발사 공로자 기념촬영 현장에 이어 세 번째다. 리 여사는 화성-17형 ICBM 모양의 은색 목걸이를 착용하며 발사 성과를 과시했다.
김주애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호칭은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표기됐다. 지난해 11월 ICBM 발사와 공로자 기념사진 현장 보도에서 각각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표현된 것과 비교하면 존칭 수위가 높아졌다. 김주애가 리 여사와 김 위원장 사이의 중앙에 앉고 그 뒤로 박수일 군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등 장성들이 서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일반 간부들에게도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김주애 개인숭배를 의도적으로 조장했다”며 “김정은이 김주애 손을 잡고 다정하게 연회장에 들어가는 사진 등을 고려하면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주애를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단언하긴 이르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 위원장이 후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력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상징적 존재로 김주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김주애가 공개된 장소가 ICBM 등 미사일과 군 관련 장소였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김주애를 통해 미래세대 안전을 담보한다는 방향으로 무기 개발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 군 총정치국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다가 2017년 해임됐던 황병서 전 당 부부장이 연회에 등장한 점도 주목된다. 차수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은 그가 과거 위상과 유사한 수준으로 복권됐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심야 열병식을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식전행사를 시작해 오후 10시 현재 본행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연·박은경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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