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두뇌를 발달시킨 건 엄지와 검지 손가락”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2023. 2. 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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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도구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
많이 사용할수록 전두엽 활성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인간은 직립하면서 손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지구를 지배했습니다. 손의 무게는 체중의 1/200에 불과하지만 대뇌 운동 피질 영역의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의 이용과 뇌의 발달이 같이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하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예전 남자들의 꼬드김은, 의학적으로는 뇌 발달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인간 손의 특출난 점은 엄지 두덩근의 발달입니다. 엄지 아래 도톰한 이 근육은 유인원보다 길어진 엄지를 구부려 나머지 네 손가락과 맞서게 해줍니다. 특히 엄지와 검지가 꼬집는 듯한 동작을 하는 것은 인간이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젖병을 움켜쥐던 아기가 성장하면서 소아과 의사가 준 펜을 엄지와 검지로 집습니다. 대뇌 운동 피질 연구에 따르면,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집을 때의 전기적 활성도가 손으로 움켜쥘 때보다 훨씬 큽니다. 대뇌 운동 피질 영역을 분석해봐도 엄지와 검지를 담당하는 부위가 나머지 손가락 부위보다 넓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많이 이용할수록 지능과 사고를 결정하는 전두엽이 더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젓가락질을 할 때 엄지와 검지를 정교하게 씁니다. 글씨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젓가락을 쓰는 민족은 손재주가 좋고 글씨도 잘 쓸 가능성이 높지요. 현란하게 문자를 보내는 엄지족의 손놀림도 긍정적입니다. 주위에 젓가락이나 펜을 아기처럼 움켜쥐고 쓰는 사람이 있으면 바르게 고쳐주십시오. 엄지와 검지를 잘 쓰면 뇌 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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