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여당 ‘의장 설득’ 안 통해…이탈 없이 179명 ‘결집’
김진표 의장에 이진복 수석 보내 “법률적 문제 없다” 반대 뜻
민주당, 안건 순서 끌어올려 표결…여 법사위 회부 건은 부결
“김단희, 김도훈, 김동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울려 퍼졌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서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역사에 기록해 달라고 하신다”며 희생자 159명 중 109명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김 의원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 등 야 3당은 이 장관이 참사 책임을 지는 것이 희생자, 유족 등 국민의 명령이라며 탄핵소추안 표결 절차를 밟았다.
여야는 헌정사에 기록될 이 장관 탄핵소추를 앞두고 오전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아달라고 설득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전 9시30분 김 의장과 면담한 뒤 “탄핵소추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의사일정을 잡으면 안 된다고 강력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김 의장 설득에 나섰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김 의장과 만난 뒤 “비서실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탄핵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굉장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민주당은 이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탄핵안은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과 무책임을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오전 10시30분쯤 탄핵소추안 표결을 예고했다. 당초 김 의장은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려 했지만, 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 절차를 거쳐 탄핵소추안 표결을 먼저 진행했다.
양당은 오후 2시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를 다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방탄정치 국민들이 심판한다” 등의 규탄 구호를 외쳤다. 주 원내대표는 “탄핵소추는 이 대표의 사법처리 절차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자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장관 탄핵소추는 헌법적 가치를 무책임하게 내동댕이친 국가권력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자 국민 심판”이라고 말했다.
본회의가 개의하자 여야는 탄핵소추안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마지막 발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도록 하는 안을 30분 넘게 제안설명하며 표결 전 마지막 저지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제안설명에서 “탄핵소추안은 이 장관을 해임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화풀이하기 위한 (민주당의) 힘자랑”이라고 주장했다. 송 수석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야유와 고성이 쏟아졌다. 법사위 회부건은 과반 반대로 부결됐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퇴장해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주 원내대표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안전 부처 장관으로 비워선 안 되는 자리인데 (민주당이) 몇 달 비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가결 직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정부가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이제라도 해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가 유족과 국민을 위해 해야 될 정말 최소한의 도리를 했다”고 말했다.
문광호·신주영·조문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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