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팔 골절에도 귀국... SM 상대로 소송전 나섰다

윤수정 기자 2023. 2.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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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측근들 “경영권 탈취 상태”

걸출한 K팝 그룹을 대거 배출한 국내 대표 음반기획사 SM이 창업주와 현 경영진의 법정싸움으로 내홍을 앓게 됐다. 8일 오후 이수만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근 SM이 전체 지분 9.05%에 달하는 신주 123만주와 전환사채 114만주를 발행하고, 이를 카카오에게 인수시켜 2대 주주로 받아들인 것을 “최대 주주인 내 동의 없이 이뤄진 위법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해외에 머물고 있던 이수만은 소송장 접수 전날 급히 귀국한 상태다.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상태로 서울에 도착했고, 곧바로 시내의 한 병원으로 이동해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SM 제공)

◇핵심은 ‘경영권 분쟁 실재’ 여부

이수만과 SM의 법정싸움은 ‘3월 6일’과 ‘카카오로의 지분 매각 목적’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SM이 7일 매각한 지분을 카카오가 법적으로 완전히 넘겨받을 수 있는 시점(신주의 대금납입일과 전환사채의 발행일)이 오는 3월 6일부터이기 때문이다. 이수만 측도 이날 “3월 6일 이전에 조속히 심문기일을 지정하고, 가처분 인용결정(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수만 측이 현재 구체적으로 문제 삼는 건 SM이 카카오에 지분을 넘긴 ‘제3자 배정 방식’이다. 국내 상법(제418조 제1·2항과 제513조 제3항)은 현재 주주 이외의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배정·발행하는 경우를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있을 때만 허용하고 있다.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분쟁 상태에 놓인 경영권 보호를 목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한 경우를 위법으로 판단한 판례도 존재한다.

앞서 SM은 이번 지분 매각의 이유로 지난 3일 발표한 새 경영 방침 SM 3.0 중 하나인 음반 유통 자회사 설립 등에 쓸 자본금 조달을 들었다. 반면 이수만 측은 “SM은 상당한 현금유동성 자산을 갖고 있어 지분 매각이 필요 없고, 주주 배정 방법도 있는데 굳이 제3자에게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 상황을 “경영권 분쟁상태”라며, SM의 지분 매각이 “경영상 목적도 아니고,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에 돈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대주주에 맞설 세력을 모으려고 굳이 신주까지 발행해 카카오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수만이 오는 3월 SM 주주총회를 대비해 미리 움직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수만은 2010년 SM 사내 등기이사를 물러나 이사회를 통한 경영권은 당장 손에 없지만 대신 SM 지분 18.8%를 쥔 최대주주이고,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안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주총 때부터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SM의 16개 기관투자자 대다수가 얼라인 측 감사인 선임에 찬성하는 등 이수만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향후 카카오가 9% 지분으로 현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로 나서게 되면 이수만의 주총을 통한 SM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측근들 “이수만, 경영진 야합에 배신감”

가요계와 측근들에 따르면 이수만은 이미 지난 1월 20일부터 SM이 행동주의펀드(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사항 12개를 자신과 상의없이 전부 다 수용한 것을 ‘야합’으로 받아들이며 배신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사회 투명성 강화, 관계·존속 기업 정상화, 멀티프로듀싱 체제 도입, 주주환원정책 등이 골자인 합의였다. 이 합의는 이후 이수만이 SM총괄 프로듀서직에서 물러나는 대신 다수의 전문가가 음반을 만드는 ‘멀티 프로듀싱/제작’을 핵심으로 한 SM 3.0 방침의 기반이 됐다.

얼라인은 특히 SM의 1%대 소액주주이지만, 재작년부터 수 차례 이수만이 자신의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SM과 연간 100억대 자문 계약을 맺고 음반 기획 전권을 쥔 구조를 개선하라며 압박해 왔다. 얼라인은 지난해 10월부터 이사회 의사록 및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청하며 이수만과 특수 관계인들이 지분을 가진 SM 관계 기업의 거래 자료를 검토했고, 올해 초 지배 구조 개선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까지 예고했다.

이성수(왼쪽), 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과정에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해지하길 거부했던 이수만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결국 그 해 10월 조기 종료했고, 지난달 20일에는 얼라인의 주주대표소송 제기 취하를 조건으로 요구 사항에 합의하면서 “갈등은 모두 해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법적 검토 과정에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구조 등이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심각하게 인지한 결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SM 3.0′ 발표 때는 이수만이 과거 라이크기획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던 입장문을 거론하며 “여전히 주주로서 SM을 응원해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화우 측은 “우리는 이미 1월 20일을 (이수만과 얼라인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된 시점으로 본다”며 “라이크 기획 계약 종료 후 이수만 창업주도 지배 구조 개선 의지가 있었고, 차후 새 개편 방안에 대한 나름의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부 논의 되지 않은 사안들이 일방적으로 계속 발표됐다”고 했다. 이수만과 한 비영리법인의 공동대표를 지냈고, 지난해 SM 주총에서 사외이사 추천 후보에 올랐던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멀티프로듀싱 체제도, 지분 매각도 경영진이 이수만과 연락두절 한 상태에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 명백히 창업주의 경영권이 탈취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SM 측은 이날 “카카오 측과의 (지분 매각) 계약은 다각적 사업 협력을 위한 것으로, 개별 주주의 이해관계를 우선 고려한 게 아니다”며 “SM 3.0 및 멀티프로듀싱 체계에 대해 외부에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합리적 소통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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