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국제 지원서 뒷전…도움 못 받고 있어”
오랜 제재와 내전에 의료 인프라 부족…“모든 국경을 열어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시리아에서도 이틀 만에 2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신속한 구조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오랜 제재와 국제적 고립, 내전으로 구조가 지체되면서 시리아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유엔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 북서부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에 대한 접근이 지진으로 도로가 훼손되면서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는 유엔의 구호물자가 반군 통제 지역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다. 반군 통제 지역은 시리아 전체 면적의 4%에 불과하지만 난민 300만명을 포함해 450만명이 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이 지역 인프라의 최소 65%가 파괴됐으며, 주민 90%가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를 통해 전달되는 구호물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리아 반군 통제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의 아마르 알셀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피해 규모가 엄청난데 여전히 외부 도움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국경은 구호작업을 하러 들어가는 차량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시리아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소수의 중장비로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NYT는 시리아 구호단체들의 말을 인용해 바브 알하와 통제소 외에도 다른 세 곳으로 접근은 가능하지만 이곳들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찰스 리스터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P 기고문에서 “국제사회가 튀르키예에는 상당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평소처럼 시리아는 뒷전으로 밀렸다”면서 “지진 피해자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덫에 걸렸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간 내전이 이어지며 50만명이 목숨을 잃고 인구의 절반이 피란민으로 전락했다. 지진 발생 후 알아사드 정권과 냉랭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이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으나 반군 통제 지역에는 지원이 닿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내전과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의료진과 의료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시리아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는 이번 대지진의 구호활동을 위해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미국은 권위주의 정권과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우리는 시리아 사람들이 이 재난에서 회복하도록 지원을 제공하려고 한다”면서도 “이 (구호) 자금이 정권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시리아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가 알아사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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