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시리아’ 사무국장 “미사일 폭격 익숙한 현장대원들도 ‘지옥 같은 날’ 호소해 와”

전지현·한수빈 기자 2023. 2. 8. 20: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얀 헬멧’과 교신·상황 전달
미사일과 달리 ‘전방위’ 피해
“시리아에도 구호의 손길을”

“시리아 현장을 가야 할지, 한국에 남아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8일 서울 서초구에서 기자와 만난 압둘 와합 알모하메드 아가(39·사진)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2009년 ‘시리아인 1호 유학생’으로 한국을 찾아 2020년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압둘 와합은 지난 며칠간 하루에 2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동남부를 뒤흔든 이후, 그는 시리아의 현장 상황을 한국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시리아 난민을 돕는 단체 헬프시리아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해온 그는 ‘하얀 헬멧’ 등 현장의 구조단체들과 분초를 다투며 교신 중이다. 하얀 헬멧(시리아시민방위대)은 시리아 내전 이후 군 공격으로 파괴된 현장에 출동해 긴급구조대 역할을 해온 단체다. “미사일이 떨어진 곳에 출동하는 이들이 이번 지진을 두고 ‘지옥 같은 날’이라고 말했어요.” 그는 어렵사리 연락된 하얀 헬멧 대원이 전한 말이 더 두렵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현장의 상황은 심각했다. “건물에 갇힌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데, 장비도 인력도 모자라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래요.” 시리아 재난현장 활동가들이 그에게 전한 말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맨손으로 구조에 뛰어들고 있지만 무너진 집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수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도로·통신이 열악해 접근 자체가 어려운 곳도 많다고 한다.

강진의 참상은 전방위적이었다. 한 지역에 국한되는 미사일 폭격 피해와 달리 지진은 전 지역에 걸쳐 발생했기 때문에 구조작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혼선이 있다고 압둘 와합은 전했다.

시리아에 강진이 덮친 곳은 알레포 북쪽으로, 시리아인 400만명 이상이 머무는 지역이다. 압둘 와합은 “전쟁을 피해 옮겨와 텐트에 머무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어린이 등 재난에 취약한 이들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추위를 피하려면 난방시설이 있는 다른 마을로 40~50분씩 이동해야 한다는데, 노인과 어린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리아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압둘 와합이 분초를 쪼개 시리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이유다. 그는 튀르키예·시리아를 덮친 강진에서 시리아가 복합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압둘 와합이 말했다.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요. 부디 구호단체와 지구 시민들이 시리아도 잊지 말고 도와주길 바랍니다.”

글 전지현·사진 한수빈 기자 jhy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