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 울부짖음에도…인력·장비 한계 ‘시간과의 사투’
구조대 일부, 항공 지연에 발 묶여…주민들, 장비 없어 발 동동
거리 한복판 시신 방치…“국가는 무력” 정부 향한 분노 커져
잔해 속에서 응답 없는 울부짖음이 이어지고 있다. 무너진 건물 아래 깔린 생존자들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으로 트위터에 “살려달라”는 글을 올리고, 자신의 위치정보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사방에 보내는 등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생존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구조대는 다수의 피해 지역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건물 잔해더미 속에서 들려오는 외침이 점점 희미해질 때마다 무력하게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가족과 주민들은 “구조대는 언제 오냐”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진 발생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일간 휴리예트는 잔해 아래 있는 생존자들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동부 아디야만 지역에서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한 남성은 트위터에 “아무리 애를 써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제발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남부 안타키아 지역의 한 남성은 침실에서 자던 중 지진이 일어나 그대로 매몰됐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옆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신지 알아봐달라”고 외쳤다. 튀르키예 언론인 이브라힘 하스콜로글루도 BBC 인터뷰에서 “잔해 아래 있는 사람들이 나를 비롯한 여러 기자들에게 자신의 위치정보와 함께 (구조요청을 하는) 보이스 메일을 계속 보내오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매몰 피해에 구조대원과 응급차량이 과부하 상태가 되면서 방치된 채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사회가 급파하고 있는 구조대 중 일부는 남쪽으로 가는 국내선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이스탄불 공항에 발이 묶였다. 주민들은 생존자들의 신호를 듣고서도 잔해를 들어 올릴 장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 주민 아르주 데데올루는 건물 잔해를 옮기기 위해 사비를 들여 굴착기를 가져왔지만 당국에서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조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진 발생 이후 24시간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면서, 잔해 아래서 들려오던 “살려달라”는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지더니 지금은 침묵만 남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를 향한 분노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알리 온데르는 “건물 아래 8명이 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우리를 내버려둔 자들은 표를 얻을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진의 진원지인 가지안테프에서 아버지가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한 남성이 현장을 방문한 여당 의원에게 “국가는 왜 그렇게 무력한가”라고 따지며 울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져나가고 있다. 튀르키예의 트위터 트렌드에서는 #HatayYardimBekliyor(하타이는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해시태그가 1위에 올랐다.
안타키아 등지에서는 시신이 거리 한복판에 방치되는 등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생존자를 구출하기도 벅찬 구조대가 시신 수습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은 망치를 들고 잔해 속을 파헤쳐 시신 수습에 나섰고, 남성 1명과 여자아이 1명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BBC는 전했다.
잔해 속에서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 생존자들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이제 24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 후 72시간을 골든타임으로 여기는데, 지진 발생 후 이미 48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를 덮친 추위는 골든타임을 더욱 단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인 가지안테프의 밤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떨어지고 있다.
여진으로 건물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부서진 가구들을 태워 몸을 데우며 직접 식량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안타키아 인근 이스켄데룬 대피소의 한 여성은 간이침대와 빵 몇 조각을 지원받은 뒤로는 현재까지도 추가 구호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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