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윤 대통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총 투표 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통과돼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소추로, 이 장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 때까지 직무 정지된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헌법적 책무를 지닌 국무위원이 한낮에 159명의 시민이 숨졌는데 주무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탄핵은 정치공세가 아니라 시민의 뜻을 반영한 야당 정치권의 선택이다.
이 장관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이날 탄핵은 늦은 감이 있다. 이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고, 수시로 유족과 시민들을 모욕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과 소방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국가 기관이 아무리 노력해도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인데, 효율적·선제적인 재난 안전 조치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주무장관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 장관은 또 수시로 유족들과 시민을 우롱했다. “제가 놀고 있었겠느냐”고 항변하는가 하면, “나도 폼나게 사표를 내고 싶다”는 말로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행안부가 유족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공개해도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음에도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유족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했다. 국회에 대한 명백한 위증이다. 이런 사람이 장관직을 유지하도록 놔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수치이다. 시종 이 장관을 두둔한 여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자신들이 야당일 때 무슨 주장을 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헌정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이 나온 데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 대형 참사가 벌어졌는데 주무장관이 책임지지 않고 버틴 사례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도 하지 않았고,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감싸기만 했다. 여권의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니 초유의 장관 탄핵에 이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할 수 있다”며 이 장관은 그런 위반을 한 것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난·안전 주무장관이 시민이 안전하게 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만큼 이 장관을 헌재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 헌재는 위헌성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 탄핵안 가결을 무겁게 보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 또 민심에 맞서려하다가는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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