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자들의 정‧관‧언론계 로비사건의 대표적 사례였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뇌물 혐의 사건을 법원이 무죄 선고해 파문이다.

특히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받은 성과급을 두고 재판부는 대리인으로서 뇌물 수수했을 것으로 의심이 든다면서도 돈의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 지급했거나 그를 위해 썼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한 점이 논란이다. 정치권에서는 “산재위로금이 50억원이란 거냐”, “법조카르텔을 넘기 어렵다”, “이게 나라냐”, “50억 벌기 참 쉽죠”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영재 서울중앙지법 공보판사가 8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전한 재판부 설명자료를 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곽상도 전 의원, 남욱 변호사,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정치자금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뇌물공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에 50억원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8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에 대해서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으나 뇌물 공여 혐의를 받았던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씨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대장동 사업자에 받은 뇌물 및 알선수재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대장동 사업자에 받은 뇌물 및 알선수재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쟁점은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성과급)받은 50억원과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을 컨소시엄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한 행위가 대가성이 있느냐에 있다. 재판부는 화천대유(김만배)가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지급한 성과급 50억원을 두고 “곽병채의 연령, 종전 경력, 의료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된 건강상태, 화천대유에서의 직급과 담당한 업무, 성과급 액수의 결정 절차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김만배씨가 병채씨에 성과급으로 지급한 돈이 공소사실 기재 알선과 관련이 있다거나 그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2월경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거나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신청기간 중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여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될 위기 상황이 존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곽병채의 화천대유 입사 및 남욱과 정영학의 곽상도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 및 후원이 피고인 곽상도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문제 해결 대가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성남의뜰 컨소시엄 유지를 위해 곽 전 의원에 도움을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김씨 요청에 따라 실제로 하나금융지주 임직원 등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썼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과 김만배씨가 2018년 11월19일 모임(2차 서석대 모임)에서 돈 문제로 언쟁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증거능력 있는 증거들을 통하여 인정되는 언쟁 내용만으로는 곽 전 의원이 김씨에 약속된 돈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모임에서 성남의뜰 컨소시엄 와해 위기 문제 해결을 알선해 준 대가를 요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또한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에게 곽병채를 통해 곽 전 의원에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해왔고, 정영학 등과 그 구체적 지급 방안에 관해 논의하는 대화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뇌물’, ‘알선수재’에 해당된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만배씨가 남욱, 정영학과 사이에 공통비 분담에 관한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곽 전 의원을 포함해 포함해 약속클럽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각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 곽 전 의원에 줘야 할 50억원의 명목에 대해서도 남욱, 정영학에게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문제 해결을 연결지어 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김만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와 김만배씨의 횡령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국민의힘 부동산투기특별조사의원회 위원으로서의 직무관련성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관한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므로, 직무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아들 병채씨가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병채씨가 곽 전 의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금품 및 이익이나 뇌물을 수수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들이 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두 사람의 통화 내역 증가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성과급의 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짓기 어렵고 △병채씨의 급여 수령 계좌에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 지급되었거나 그를 위해 사용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돈과 이익을 사회통념상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받은 50억원을 뇌물이나 알선수재로 보지 않음에 따라 돈을 준 김만배씨도 특가법 상 횡령혐의를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병채씨가 김만배씨에게 받은 돈과 이익을 김씨가 곽 전 의원에 공여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김씨가 곽 전 의원에 뇌물을 공여에 따라 화천대유의 법인자금을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대장동 사업자에 받은 뇌물 및 알선수재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대장동 사업자에 받은 뇌물 및 알선수재 사건 1심 공판에서 무죄를 받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다만 곽상도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는 유죄판결했다. 곽 전 의원이 남 변호사에게 받은 정치자금 수수를 두고 “법률상담에 대한 대가라는 5000만 원은 지나치게 과다하여 사회통념상 정당한 변호사 보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돈을 교부 받을 당시 적극적인 선거운동과 선거자금이 필요하였던 상황으로 보이고, 변호사 보수의 요구 및 지급 시기로 보기는 어색하며, 단지 명목만을 ‘변호사 비용’으로 하였을 뿐 정치활동을 위한 자금으로 5000만 원을 수수 및 기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50억원 가운데 소득세와 고용보험, 불법으로 볼 수 없는 실질 퇴직금 등을 제외하고 25억원을 뇌물로 봤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도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여원, 추징금 25억원 추징을 구형하고, 김만배씨엔 징역 5년, 남욱 변호사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국민이 바라는 법과 정의이냐”며 “국민 법감정에도 전혀 맞지 않는 이 판결, 사법부, 우리 사법체계에 정말 충격과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사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의 판결 설명 자료. 사진=서울중앙지법 설명자료 갈무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사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의 판결 설명 자료. 사진=서울중앙지법 설명자료 갈무리

 

박 의원은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50억을 받은 곽상도 아들, 정말 뇌물이 아니냐”며 “그게 정말로 ‘산재 위로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대장동 원주민, 서민들의 피눈물로 곽상도의 아들이 받은 50억이 정말 ‘적법하게 받은 돈’이라고 우리 사법부는 판결한 것이냐”고 반문했다.박 의원은 “이제 우리 국민들은 어디에서 사회적 정의를 기대한단 말이냐”며 “오늘 법원 판결은 정말 충격과 실망”이라고 썼다.

같은 당의 김용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법조비리에서 시작하다 보니 그 카르텔을 넘기 어렵다”며 “이 분노는 결국 헌법개정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그는 “국민의 의지로 기득권 카르텔을 완전히 분해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북에 쓴 글에서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은 무죄. 조국 딸 600만원 장학금은 유죄”라면서 “이게 나라냐”고 반문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판결 요약으로 “① 화천대유가 곽상도 아들에게 준 50억원은 직접 준 게 아니라서 뇌물이 아니다. ② 남욱이 곽상도에게 직접 준 (딸랑) 5천만원은 정치자금이다. ③ ①은 무죄, ②는 벌금 800만원, 곽상도는 불구속으로 재판받았다”라고 기재하면서 “50억 벌기 참 쉽죠”라고 비유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어 “화천대유가 고위 검사 및 민정수석비서관과 국회의원직까지 역임했던 유력인사의 친족을 이렇다할 전문성도 없이 채용하고, 6년 근무 댓가로 50억 원이란 거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한 것에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는 것은 사회 통념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만약 청탁의 대가가 아니었다면 지급된 50억 원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른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검찰도 재판부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사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의 판결 설명 자료. 사진=서울중앙지법 설명자료 갈무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사건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의 판결 설명 자료. 사진=서울중앙지법 설명자료 갈무리

 

참여연대는 “결국 공소사실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검찰은 항소하고, 필요할 경우 50억 원의 성격과 50억 클럽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합당한 판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세상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검찰의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철저한 공소유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같이 정치권 등이 분노하는 여론을 쏟아내며 비판한 데 대한 재판부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영재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판사에게 정치권의 비판 등에 대한 견해를 담은 취재질의서를 발송했으나 오후 7시 현재까지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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