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7/김주하의 '그런데'] 지옥의 '괴롭힘 직장' 있다는데…

2023. 2. 8. 2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와 다산 정약용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직장 내 갑질' 그러니까 '괴롭힘'을 당했다는 겁니다.

당시 신임 관리들은 '면신례'라는 일종의 신고식을 통과해야 했는데 어찌나 혹독한지 옷을 찢어 흙탕물에 담그거나 상관들의 이름을 못 외우면 오물을 뒤집어씌울 정도였습니다.

정약용은 절름발이 흉내와 부엉이 울음소리를 내라고 강요받았고 이이는 선배에게 잘못 보인 탓에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했죠.

오죽하면 퇴계는 손자에게 선배가 시키는 대로 적당히 따르는 척하라고 당부했는데 개인의 힘으로는 이 부조리를 당해낼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근 재개에 갑질도 부활했다.'

지난여름 미국 CNN 기사 제목입니다. '갑질'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한국은 거리두기 완화로 출근이 재개되자 직장 내 갑질도 다시 시작됐다"라고 쓴 겁니다.

뭐 좋은 거라고 이렇게 미국까지 소문이 났을까요.

고용노동부는 지난 5일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중소금융권 60곳에서 29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는데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여직원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만지고 뒤에서 껴안는 성추행을 일삼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정규직을 차별했으며 상사의 대학원 논문을 대필시키고 자녀의 학교 숙제까지 시켰다니까요.

괴롭힘을 경험한 근로자 10명 중 7명은 '참거나 모른척한다'고 합니다. 알려봐야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되레 인사 불이익이 올 거라고 본 겁니다.

올해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인데 말이죠.

회사를 믿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노동부를 찾고 있지만 문제는 신고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겁니다. 지난 3년간 실제 기소가 이뤄진 경우는 이 중 달랑 133건 0.7%에 불과하거든요.

이쯤 되면 피해자들은 회사도 정부도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사회적 약자가 기댈 곳 없는 세상 그럼 법이 왜 필요하고 왜 존재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 사회 법치국가 맞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지옥의 '괴롭힘 직장' 있다는데…' 였습니다.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