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 고립된 아군에 식량·탄약 낙하산 투하하라!”…공군 대량화물 투하훈련

정충신 기자 2023. 2. 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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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5공중기동비행단…전군 유일 화물의장 전문부대
포장부터 수송기 적재·공중투하까지…고립된 아군에 식량·탄약 등 전달 임무
경남 의령군 당말리 공중투하훈련장에서 8일 실시된 대량화물 투하훈련에서 공군 공정통제사가 C-130 수송기를 정확한 화물투하 지점으로 유도하고 있다. 공군 제공

"적진에 고립된 아군 전투병력에게 물자를 보급하라!"

8일 오전 8시 공군5공중기동비행단(5비)에 적 진영 중심부까지 침투한 아군 병력이 작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식량과 식수, 탄약, 수류탄 등 보급품을 전달하라는 긴급 훈련 명령이 하달됐다. 육로를 통한 물자보급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적에게 둘러싸여 ‘독 안에 든 쥐’가 된 아군부대를 살릴 방법은 ‘공중 투하’뿐이다.

공중 투하 작전 임무가 주어진 5비 259특수임무대대 장병들은 단 3시간 안에 화물 의장부터 수송기 적재, 공중 투하까지 마치는 게 임무다.

259대대 화물의장중대 화물의장사(Rigger)들은 서둘러 전투병력이 의뢰한 탄약과 식량 등 보급품을 의장했다. 화물의장이란 항공기에서 공중 투하된 물자가 파손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조치·포장하고 낙하 장치를 부착하는 업무다. 화물의장중대는 일반 화물부터 무기체계 등 특수화물까지 취급하는 전군 유일 화물의장 전문 부대다.

8일 진행된 공군5공중기동비행단의 대량 화물 투하 훈련 중 C-130 수송기 후방 램프 도어에서 800 파운드 무게 화물이 낙하산이 펼쳐지며 공중 투하되고 있다. 공군 제공

이날 훈련에서는 800파운드(약 360㎏) 화물 12개와 200파운드(약 90㎏) 10개를 의장했다. 단단히 의장된 화물들은 3단계의 검사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의장 직후, 수송기에 적재하기 전, 그리고 수송기에 화물을 옮긴 후 기상적재사(Loadmaster)와 합동으로 공중투하 화물검사(JAI)를 벌인다. 매 단계 체크리스트에 맞춰 화물과 낙하산의 결속 상태, 균형, 무게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화물의장사 김양호 준위는 "화물이 제대로 의장되지 않으면, 공중 투하되는 과정에서 걸려 수송기에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대량 화물을 떨어뜨릴 때에는 안전 문제도 있어서 더욱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단계까지 검사 절차를 마친 화물들은 항공수송 지상조업 장비인 35K 카고로더를 통해 수송기로 옮겨진다. 기차처럼 길게 늘어서 있던 엄청난 양의 화물은 화물의장사 요원들의 숙련된 솜씨로 순식간에 C-130·CN-235 항공기에 모두 실렸다.

적재를 마치자 화물의장사와 기상적재사들이 함께 JAI를 실시했다. JAI 과정 중 항공기에 설치된 와이어에 낙하산 줄(스태킹라인)을 연결했다. 공중에서 램프가 열리고, 화물들이 떨어지면 연결된 스태킹라인이 당겨지면서 낙하산이 펼쳐지는 원리다. 이어 카고실을 화물로 꽉 채운 2대의 항공기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날아올라 물자 투하지역(Drop Zone·DZ)으로 향했다.

공군 5공중기동비행단이 8일 경남 의령군 당말리 소재 임무 지역에서 대량화물 투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공군 제공

259대대 공정통제사(CCT) 요원들도 화물의장 및 적재가 이뤄지는 동안 김해기지에서 DZ로 출동했다. CCT는 항공관제 교육을 이수한 소수정예 특수부대 요원이다. 이날 DZ는 경남 의령군 당말리 공중투하훈련장으로 설정됐다.

훈련장 동쪽 산등성이 상공에서 C-130 수송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항공기를 발견한 CCT 요원들은 자색연막탄을 터트렸고, 교신을 통해 항공기를 유도했다. 항공기 조종사에게 DZ에 부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 화물 투하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과 정확한 위치정보를 전파한 것. CCT는 항공기 조종사와 교신을 이어갔다. 사인이 단 몇 초만 어긋나도 수백 m 이상 화물 투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항공기 내에선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화물을 투하하기 위해 지속해서 고도와 속도를 낮춰야 한다. 너무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 원하는 지점에 화물을 투하할 수 없어서다. 투하 10분 전이 되자 항공기 후방 ‘램프도어’가 서서히 열리면서 지상의 풍경이 펼쳐졌다. 항공기가 DZ 상공을 지나가는 시간은 단 몇 초. 속도를 너무 많이 줄이면 항공기가 추락할 위험도 있다. 고도의 집중력과 팀워크가 항공기에 탄 모든 요원에게 필요한 순간이다.

CCT 서원종 준위가 무전기로 힘차게 ‘그린라이트’를 외쳤고, C-130 조종사가 반사적으로 버튼을 누르자 화물칸 전등에는 초록색 불빛이 들어왔다. 투하를 허가하는 ‘그린라이트’다. 신호를 받은 기상적재사가 화물을 잡고 있던 팽팽한 끈을 미리 설치한 칼로 잘라냈다. 그 순간 항공기에 실려 있던 화물이 지상을 향해 쏟아지듯 강하했다. 줄줄이 투하된 화물의 낙하산이 펼쳐지며 하늘에 꽃봉오리 12개가 잇달아 터졌다. 투하 결과, 화물들은 DZ 중심 기준 200야드 안쪽에 성공적으로 떨어졌다. 이어서 나타난 CN-235가 투하한 10개의 화물과 15특수임무비행단 C-130이 떨어뜨린 12개 화물도 DZ 안쪽에 안착했다. 대기하고 있던 화물의장사 요원들이 모든 화물을 회수하는 것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5비 259대대는 이 같은 공중 화물 투하 훈련을 2주마다 지속적으로 실행한다. 공정화물의장에 대한 절차를 점검하고, 공중 투하 능력을 숙달하기 위해서다.

정하영(중령) 259대대장은 "실전적 훈련을 반복해 아군에 대한 신속·안전한 화물 의장 및 투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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