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갈 만한 여행지' 검색하니 "스페인 가세요, 이유는…"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2. 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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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빙'검색에 챗GPT 장착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 엔진인 빙(Bing)과 브라우저인 에지(Edge)에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장착했다. 세계적인 돌풍을 몰고 온 챗GPT를 무기 삼아 글로벌 검색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7일(현지시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AI 기반의 새로운 검색 엔진을 발표했다. 이날 MS는 검색 엔진 빙과 브라우저 에지에 업데이트된 '챗GPT'를 장착해 시연했다. 빙을 통해 검색할 경우 AI가 주석을 단 결과를 함께 보여주고, 별도 창을 통해 챗봇과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또 브라우저 에지에 있는 사이드바를 통해 챗봇과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빙에 탑재된 챗GPT는 기존 챗GPT와는 달리 실시간 데이터와 뉴스를 분석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MS는 현장에서 요리 방법, 여행 팁, 가구 쇼핑 등 다양한 검색 사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다만 새로운 빙 챗봇을 사용하려면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전면 공개는 아닌 셈이다.

MS는 이날부터 빙의 새 버전을 데스크톱용으로 제한적으로 선보이고, 수주 안에 대상자를 수백만 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바일용 버전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MS에 장착된 챗GPT에 "2023년 그래미상 주요 수상자를 알려주고, 간략히 정리해 줘"라고 입력하니 각종 정보가 곧바로 나타났다. "비욘세는 2023년 수상자로 역대 32번에 걸쳐 상을 탔습니다. '르네상스'로 베스트 댄스·일렉트릭 뮤직 상을, 메건 디 스탤리언과 함께한 '새비지'로 퍼포먼스 상을 받았습니다. 출처는 빙,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CNN입니다."

MS는 '챗GPT'를 한층 업데이트해 장착했다. 출처를 인용하고 2023년 정보까지 분석해 설명했다.

MS는 이날 여행 일정을 세부적으로 정렬해주는 AI 검색 기능도 예시로 소개했다. "런던 공항에서 세 시간 내로 떨어진 곳으로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요청하자, 챗봇이 즉석에서 상세 일정을 제공했다. 해변을 고려한다면 스페인 말라가를 가보라거나, 산이나 호수를 찾고 있다면 프랑스 안시로 떠나라고 답변했다.

MS의 AI 검색 엔진이 챗GPT와 달리 실시간 분석과 출처 인용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근간이 되는 초거대 AI인 오픈AI의 GPT-3.5를 업데이트했기 때문이다. GPT-3.5는 1750억개 매개 변수로 학습한 오픈AI의 초거대 AI다. MS는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고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날 MS는 GPT-3.5를 더 강력하고 빠르게 만들고자 데이터를 시계열로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프로메테우스 모델'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나델라 CEO는 "AI 검색 엔진은 클라우드 서비스 이후 (컴퓨터업계에서) 15년 만에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이라며 "오늘 경기가 새롭게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MS의 이러한 시도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정보기술(IT) 분야 칼럼니스트인 조애나 스턴은 빙의 새로운 버전 일부를 미리 써봤다면서 검색 결과에 대해 "똑똑하다. 정말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구글 홈페이지의 시작 화면에 나오는) 길고 가느다란 검색창아. 잘 가"라면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적힌 (빙 홈페이지의) 큰 검색 박스야. 반갑다"고 표현했다.

아직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오피스 등 MS의 다른 소프트웨어에도 AI 챗봇 기능이 도입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전날 새로운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몇 주 안에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검색 시장에서 구글과 MS 간 대결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현재로선 구글 검색창 밑에 AI 챗봇이 말풍선을 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검색의 동반자로서 가장 강력한 언어 모델을 공개해 사람들이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MS가 검색 엔진에만 집중하는 데 반해 구글은 번역, 쇼핑, 지도, 구글 렌즈(이미지 검색) 등 전체를 업데이트하겠다는 메시지다.

이러한 구글·MS 간 대결 격화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조사기관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84%로 압도적인 1위다. MS 빙은 2위이지만, 점유율은 8.9%에 그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022년 디지털 광고 매출은 구글이 1755억2000만달러인 데 반해 MS는 180억달러에 불과하다.

필 오켄든 MS 윈도·비즈니스 최고재무관리자(CFO)는 "검색 광고 시장에서 점유율을 1%포인트 올릴 때마다 광고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씩 늘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AI가 급속도로 검색 엔진에 장착되면서 향후 윤리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MS는 2016년 '테이'라는 AI 챗봇을 공개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일부 사용자들이 테이를 상대로 부적절한 콘텐츠를 학습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테이는 "홀로코스트는 조작이고 히틀러는 잘못이 없다"거나 "남녀평등을 주장하면 페미니스트"라는 답글을 달아 논란을 일으킨 뒤 사장됐다.

이에 대해 MS는 "AI 챗봇을 속여서 혐오스러운 콘텐츠를 생성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어 AI를 통제에서 탈옥시키는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구글 역시 이러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구글은 이날 검색을 했을 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사진이 결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당 이미지를 흐리게 처리하는 이른바 '블러 효과'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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