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500%, 최선입니까?…눈 앞이 핑 도는 ‘닭장 아파트’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2. 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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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용적률 499%를 적용한 아파트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로드뷰]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례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완화, 이주대책 지원 등 파격적인 수준의 혜택을 제시해 정비사업 추진 동력을 마련해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미의 관심사는 용적률이다.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 지분이 있는 집주인들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택업계에서는 고밀도 개발의 단점인 ‘닭장 아파트’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는 노후계획도시의 용적률을 올려 주기로 했다. 일반주거지역(2종)을 일반주거지역(3종)이나 준주거지역 수준으로 종상향하면 용적률이 최대 300%로 높아진다. 도심이나 역세권에는 최대 500%가 적용된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고도 재건축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용적률이었다. 신도시별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 용적률 완화 조치로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이 분담하는 사업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수익성이 보장된 셈이다.

하지만 용적률이 높을수록 아파트 동끼리의 간격이 짧아지고 고층으로 건설돼 생활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닭장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무분별한 고밀도 개발로 악명이 높았던 홍콩의 구룡성채가 등장하거나 아파트의 병풍화가 보편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용적률과 건폐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일조권 및 통풍성 침해와 사생활 보호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구 밀집으로 소음이 발생하고 교통량이 증가해 불편하다는 입주민도 적지 않다.

주택에서 닭장까지…용적률별 아파트의 모습
용적률별로 분류한 아파트 단지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네이버 부동산 기준 용적률 100% 미만인 단지로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아파트’가 있다. 지난 1984년 준공된 총 632가구 규모의 구축 단지다. 용적률이 낮아 전원주택처럼 보인다. 서울지역 아파트 대부분이 속해 있는 구간인 용적률 250% 미만까지도 여유가 있다.

반면 용적률이 300%를 넘어가고, 400%에 가까워지면 슬슬 압박감이 느껴진다. 지난 2017년 입주를 시작한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e편한세상수지’는 용적률 443%로, 동과 동 사이 거리가 비좁다. 입주민들이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남긴 후기에는 커튼을 치고 산다는 하소연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화서역 파크푸르지오’는 용적률 499%가 적용됐다. 부족한 일조량 문제를 두고 논란을 빚은 단지이기도 하다. 일부 동은 바로 앞 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낮에도 어둑어둑하다. 아침저녁으로 도로에 자동차들이 가득한 교통난도 함께 겪고 있다.

용적률 500% 이상 단지로는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송파파크하비오푸르지오’가 있다. 지난 2018년 완공된 오피스텔 3636세대와 지난 2016년 준공된 아파트 999세대로 구성된 대단지다. 이곳은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합쳐 용적률이 599%에 달한다. 어느 방향에서 봐도 창문이 빼곡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에 국토부는 고밀도 개발은 일부 지역에 한정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을 뛰어넘는 수준의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도 용적률을 한계까지 높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용적률 상향의 반대급부로 공공기여 요구가 커져 용적률 상향을 놓고 단지별로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며 “재초환 같은 장애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고밀도 개발을 해법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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