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친구 아들은 학원 6개 간대”...학생 줄어도 학원은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2. 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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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학령 인구는 급감하지만
‘하나라도 잘 키우자’ 부모 마음에
사교육 수요 여전하자 학원 수 급증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이동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강모 씨(38)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강 씨의 자녀는 주 2회 영어, 주 1회 미술·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주변의 또래 아이들을 보니 학원을 기본 4개, 많으면 7개까지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과목뿐 아니라 어릴 때부터 다방면으로 경험해보고 적성을 찾아야 한다며 다양한 종류의 예체능학원까지 보내 아이를 교육하는 주변 학부모들을 보며 강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강 씨는 “주변에서 아이 교육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니 조급함이 생겼다”며 “워킹맘이라 아이가 다니는 학원 수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어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 비해 높은 사교육 수요는 계속되면서 학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러 명을 낳았던 전과 달리 한 명을 낳아 이 아이를 제대로 키우자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욕망이 사교육 시장에도 적용된 까닭이다.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에서는 아동부터 입시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전문 학원이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 학원에서 내신이나 입시를 위한 교육만 이뤄졌다면 이제는 이 교육이 세분돼 국어의 경우 내신 전문·수능 전문·논술 전문·독서 전문 등으로 나뉜 것이다. 또 기존에 10명 이상이 듣는 중·대형 강의가 많았다면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인 소수 정예 집중관리 학원도 활황이다. 학부모들이 돈을 더 투자해서 학원을 여러 개 다니더라도 강사 한 명이 내 아이를 좀 더 제대로 봐줄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국어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 씨(49)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이전에는 잘 가르치는 선생님 한명에게 많은 인원이 배우는 중·대형강의가 많았다면 이제는 분야를 세분화해서 소수정예로 가르치는 방식을 학부모들이 더 선호해 이런 학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전국의 학원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의 교습학원 및 교습소 공부방은 2018년 8만5500개에서 2019년 8만9760개, 2020년 9만5803개, 2021년 10만4174개, 2022년에는 11월 11만2047개로 4년 새 3만개 가까이 늘었다.

학원 교육 수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분야도 다양해져 아동이나 입시생들이 많이 다니는 예체능 학원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예체능 학원도 2018년 3만376개에서 2022년 11월 3만3107개로 약 3000개가 늘었다. 학부모 김모 씨(44)는 “금전적 여유가 있을 때 아이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능력을 기를 수 있게끔 투자를 많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다니고 싶어 하는 예체능 학원은 최대한 다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매년 감소폭이 커져 2018년에는 32만6822명의 아기가 새로 태어났지만 2022년 11월까지 23만1863명이 태어나며 9만명 넘게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대학교 취학연령인 6세에서 21세 사이의 인구를 의미하는 학령인구도 2018년 826만3000명에서 2022년 748만2000명까지 줄었고, 향후 10년간 195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학원 수만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높은 교육열로 인한 부모와 자녀 모두의 부담감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학교 3학년 자녀가 있는 학부모 김모 씨(49)는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고 있어 월 지출의 6~70%를 이미 사교육비가 차지하고 있다”며 “고등학교에 올라가 본격적으로 입시를 시작하면 지출이 더 늘텐데 걱정이라 벌써부터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에 아득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인당 사교육비는 2012년 23만6000원에서 2021년 36만7000원으로 늘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아이를 하나만 낳는 추세가 강해지다 보니 아이 하나를 제대로 기르자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교육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학원들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세분화하는 방법을 선택해 학부모 수요를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 교수는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교육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는 수도권과 그렇지 않은 지방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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