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금융사 무덤`된 대구… 전국 미분양의 20% 1만3445채 달해

이미연 2023. 2. 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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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공급과잉에 예견된 수순
내년까지 5만8000가구 추가 공급
시행사 자금난에 보증사고 발생도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 연합뉴스

대구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8000여 가구로 집계되며 7만건에 육박해 이미 정부의 '미분양 위험선'을 훌쩍 넘었는데, 이 중 약 20%에 달하는 1만 3445가구가 대구에 집중적으로 쌓여 있다. 전국 미분양 10채 중 2채가 대구라 단연 '미분양의 늪' 수준인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대구에 '건설사의 무덤'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8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구의 미분양 적체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적정 물량보다 공급 물량이 과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는 연간 공급 적정 물량이 1만2000가구인 지역인데, 지난해 2만653가구나 들어섰다. 올해는 57개 단지, 3만6059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입주 물량이 1년 만에 74.6%(1만5406가구)가 늘어난다. 내년인 2024년에는 40개 단지, 2만 1670가구가 집들이에 나설 예정이라 향후 몇년간 대구에 공급물량이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 성적도 처참하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민간분양 청약경쟁률 평균은 7.7대 1이었는데, 대구의 경우 겨우 0.5대 1에 그쳤다. 지난해 대구에 분양한 5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24곳 중 지난 1월 기준 분양률(계약률)이 20% 미만인 곳은 18곳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분양가도 미분양 증가에 큰 몫을 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가 대표적이다. 이 곳에는 대구의 미분양 주택이 압도적으로 몰려 있다. 수성구에서 지난해 4월 후분양으로 나왔던 '만촌 자이르네'는 3.3㎡당 3421만원, 전용 84㎡ 기준 11억1000만원 대의 고분양가로 청약에서 대참패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3.3㎡당 3829만원)과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격을 책정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미분양이 장기화되자 이 단지는 할인 분양에 나섰다. 전체 분양가의 34%만 지급하고 입주한 뒤 30개월 후에 거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옵션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조건에도 현재 총 607세대 중 500여 세대가 10개월째 미계약분으로 남아 있다.

분양권마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부동산 시장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 서구 평리동의 '서대구KTX영무예다음' 전용 57㎡는 3억200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난해 11월 2억5040만원에 팔렸고, 달서구 두류동의 '대구 두류파크 KCC스위첸' 전용 59㎡는 3억500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난해 11월 2억9300만원에 거래됐다.

게다가 대구에서는 시행사 자금난으로 3년만에 분양보증사고도 발생했다. 달서구 장기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인터불고 라비다'는 시행사인 준금산업개발의 자금난으로 공사가 지연되다가 최근에는 아예 공사가 중단됐다. 이 현장은 지난 1월 분양보증사고 처리가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에게 전가됐다. 애초 2021년 4월 입주 예정이었는데 벌써 2년이나 밀리기도 했다.

이렇게 대구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거듭 악화되자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부랴부랴 건축심의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 승인된 주택건설사업지도 분양 시기를 조절해 후분양을 유도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것을 사업주체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국내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당시 전국 미분양 주택은 16만5000가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택수요가 줄면서 미분양 주택이 속출했고, 주택이 팔리지 않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다. 이 후 2011년쯤에는 미분양 급증에 중견건설사와 PF 대출을 해준 저축은행이 줄도산하면서 금융권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다만 그때처럼 정부가 미분양 매입에 나서는 것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7000여 가구 정도로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데다, 고분양가로 외면받은 물량의 할인 판매 등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도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한 국토부 대책을 요구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악성이라고 볼 수 있는 미분양은 7000가구 정도로 역사상 최저점"이라며 "당분간 주택 미분양 대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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