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에 만난 듯한 ‘에듀까티오’ 성인의 한 말씀

한겨레 2023. 2. 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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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린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에서 어린이들이 눈을 뿌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

이때 에듀까티오(Educatio) 성자가 홀연히 목멱산 중턱에 나타나 이르길 너희를 위하여 경쟁심을 땅에 쌓아두지 말라. 거기는 긴장과 화가 마음을 해하며 불안이 선한 의식을 뚫고 나와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느니라. 오직 너희 자신을 위하여 배움을 쌓아두라. 거기는 좌절이나 공포가 너희를 해하지 못하노니 그윽한 깨달음만이 가득하리라.

루소 선지자의 예지대로 ‘어린이는 고귀한 야만인’이니 그 행복한 유년을 지나온 어른이라면, 너희 모두는 존엄한 자유를 몸에 품은 선한 족속이니라. 보아라. 하늘은 그대들이 필요한 음식과 의복과 늘 푸른 초장을 이미 풍성하게 내렸거늘 너희가 아직 갈증과 주림을 느끼고 있음은 너희끼리 충분히 나누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니 너희들은 남들보다 더 잘살아보려고 하릴없이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말라. 너희 품성 안에 깃든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믿음이 작은 자들아. 너희는 처세서를 내려두되 다가올 미래를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사두가이파를 뛰어넘는 자본주의파는 날로 그 흉포함을 더하여 마음을 가없는 불안으로 밀어 넣고 이웃을 의심케 하고 너희의 무능을 탓하며 제 가슴을 치게 하느니라. 자존감 떨어진 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여. 내 말을 들을지어다.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안락한 직장을 위하여 몇점을 받을까 어느 대학을 갈까 초조해하지 말라. 목숨이 학벌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체면보다 중하지 아니하더냐. 북구의 복지국가를 보아라. 심지도 거두지도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균등 사회와 조세 체제가 군중을 기르나니 하물며 너희는 에듀까티오 성자께서 사랑해 마지않으시는 동방예의지국의 선한 백성이 아니더냐.

나 에듀까티오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여 옛적부터 너희 멍에를 대신 메고 내게 배우라 하였느니라. 다만 너희들이 자신을 넉넉하게 발견하도록 두지 아니하고 사탄 ‘부지런’과 또 다른 사탄 ‘더잘할’에게 거듭 쫓겨 다녔음이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성자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이니라.

성자께서 말씀하실 때 한 ‘겨루세인’ 율법 교육자가 이야기 나누길 청하여 자리에 앉으셨더니, 그는 아이들에게 외우기, 반복하기, 연습하기, 싫어도 억지로 시켜서 나중에 재미를 느끼게 하기, 나라의 성장과 개인의 경쟁력 중시하기를 끊임없이 설파하는지라. 성자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화 있을진저 너희 율법교사여, 지기 어려운 짐을 사람에게 지우고 너희는 한 손가락도 이 짐에 대지 않도다.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가져가서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고자 하는 자도 막았노라며 꾸짖으시리라.

에듀까티오 성자께서 길에 나가실새 고위 교육관료 한 사람이 달려와서 꿇어앉아 묻자오되,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후세대에 영원한 생명을 전해줄 수 있으리이까. 성자께서 사람들 마음에 불안을 부추기지 말라, 아이의 성장을 점수로 평가하지 말라, 어렵사리 가르치는 이들을 지원하라, 교육에서 소외된 자들을 돌보라, 속여 빼앗으려는 심성을 가라앉히라, 사람들을 공경하도록 가르치라 이르니시 그가 여쭤오되 선생님이여 이것은 제가 초임 시절부터 다 지켜 행했나이다.

성자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이르시되 아직도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게 있는 권한을 모두 사용하여 의미 없는 이 나라 대학 입학시험 제도를 폐하라. 그리고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아이들이 서로를 도우며 자랄 수 있는 새 배움터를 지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 관료, 이 말씀으로 인하여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가니라.

성자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자유로움으로 모든 이들에게 자기 규율을 얻게 하라. 한 자유가 다른 자유를 침범하여 찌르고 아프게 하라. 미숙한 자유가 서론 다른 자유를 만나 상처 내고 아물면서 둥그렇게 다듬어지도록 만들라. 재미가 경쟁을 뛰어넘게 하라. 배움의 공포와 방향 상실을 반복되는 암기로 대체하지 말라. 점수로 어린 마음을 협박하지 말라. 아직 닥치지 아니한 주림과 박탈을 빌미로 아이들이 누려야 할 현재의 기쁨을 함부로 빼앗지 말라. 천국은 아이들 마음과 같다고 했거늘 죄 많은 너희는 무슨 권세로 그들을 공포심으로 짓누르려 하느냐. 이렇게 이르시고 다시 목멱산 정상으로 표표히 사라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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