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민족주의 몰아내고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해야

한겨레 2023. 2. 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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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일본 총리가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초당에서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왜냐면] 백범흠 | 한중일3국협력사무국 사무차장

초강대국 간 국력 격차 축소로 인한 범세계적 권력 재편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과 충돌, 코로나19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혼돈 속에서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하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어디로 가야 항구를 발견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캄캄한 바다 위 흔들리는 배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 미·중 간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한·중·일 출신 관광객들로 인해 3국 어디를 가도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국제정세 악화에 더해 코로나19 확산은 상황을 일거에 변화시켰다. 한·중·일 정상회의도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더 이상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자 마음에서도 멀어진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은 지금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은 3국 정부에 의해 12년 전인 2011년 서울에 설립됐다. 정부 간 협력기구인 TCS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아세안(ASEAN)이나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과 하등 다를 것 없다. 하지만 제도화 정도나 규모는 EU나 ASEAN에 비할 바 못 된다. TCS는 한·중·일 출신 총장단 3명과 부장단 4명, 젊은 직원 3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한·중·일 공동체’ TCS 직원들은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바꿔 가면서 대화한다. 그들은 지난해에만 발로 뛰어 청년 교류와 3국의 옛 수도 상호 소개 등 120개의 한·중·일 협력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에스타워 20층에 내리면 ‘조금 어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이좋게 서 있는’ 한·중·일 3국의 대형 국기, 즉 태극기, 오성홍기, 일장기와 함께 TCS기를 마주한다. 한·중·일은 1999년부터 3국 정상회의를 정례 개최해 왔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한·중·일을 둘러싼 국제상황 악화가 3국 정상회의 개최를 가로막았다. 차기 3국 정상회의 주최국은 한국이다. 한국 정부는 TCS 창설의 모태이기도 한 3국 정상회의 재개를 진심으로 바란다.

3국 정상회의는 왜 재개돼야 하는가? 첫째, 3국 정상회의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인적 교류 축소가 가져온 여러 부작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방역 관련 한·중·일 3국의 비자 발급 제한 같은 입국 절차 부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3국 정상회의는 국제 비즈니스와 직결된 인적 교류 제약 요인들을 해소하고 상대국에 대해 악화한 국민감정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3국 정상회의 개최는 한·중·일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3국 경제 모두 코로나19 확산, 미·중 대립, 노령화에 따른 노동력과 구매력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화한 국제환경으로 인하여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 올 1월에만 약 12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3국 정상회의 개최는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사슬·공급망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3국 정상회의는 지역 안보와 기후변화, 과거사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반도 안정, 에너지, 기후변화 등 3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이슈들이 많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9월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언한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는 꼭 필요하다. 넷째,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한 3국 협력 강화는 특히 동아시아·서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화 심화와 규모 확대 등 TCS의 위상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중·일 3국이 TCS의 목표인 항구적 평화와 공동 번영, 문화적 공통성 유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상회의 재개와 함께 교류를 지속 증대시켜 나가야 한다. 서해와 대한해협을 마주한 일의대수(강폭이 좁음을 비유한 말)의 나라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성장해 나가야 한다. 한·중·일 3국 모두에 어슬렁거리는 ‘배타적 민족주의’라는 오래된 유령을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야 한다. 한·중·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3국 국민 모두 열린 마음으로 상대국 국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한국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의 관계도 열린 마음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덴노 부부는 보기에도 아름다운 커플입니다”라는 칭찬으로 일본인의 마음을 얻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며, 한류의 물꼬도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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