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나무
한겨레 2023. 2. 8. 18:50
[왜냐면] 김안식 | 목사·한국문인협회원
목숨 빼앗긴 아이들을 아시나요?
온몸으로 낳아 가슴으로 얼싸안고
피와 살을 먹여 기른 이쁜이들
눈 내리면 서로 보듬고
쏟아지는 비에 함께 젖으며
밤에는 도란도란 별을 세다가
기다리던 아침 해 떠오르면
활짝 마주 웃곤 했었지요
그렇게 늘 곁에 있어 행복했는데
한순간에 아이가 사라졌어요
숨을 못 쉬고 푸른 목이 꺾일 때까지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답니다
자식의 밑동 품고 사는 나날
제 새끼 잃어본 적 없어
피눈물 맛을 모르는 이들은
자꾸 울음을 그치라 합니다
죽은 자식 돌아오지 않으니
다 잊고 새로이 살라 합니다
그치라면 그치고
잊으라면 잊을 일입니까
숨만 쉰다고 사는 겁니까
살랑이며 스쳐 지나는 겉웃음이
몸서리를 치게 하고
무심한 말들이 고물거리는 쐐기 떼처럼
맘을 갉아 먹습니다
그래서 허물어지는 기억 끌어안고
저리 울고 있습니다, 자식 잃은 나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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