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22년 핼러윈에만 인파관리 대책이 없었는가 [왜냐면]
[왜냐면]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가 밝혀야할 진실①
백민 | 변호사 (10‧29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전문가)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다. 국회 국정조사와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국가는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를 외치며 여전히 거리에 서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10·29 이태원참사 대응 태스크포스팀’과 <한겨레>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와 특수본 수사로 확인된 사실에 바탕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내용은 무엇인지, 왜 독립적인 진상조사 기구가 필요한지에 관해 연속해 다룬다.
2022년 10월29일 토요일 저녁,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동 좁은 골목길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159명이 사망하는 등 압사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참사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출발점은 사고를 ‘왜 미리 막지 못하였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을 찾으면 한국 사회는 유가족의 슬픔을 치유하고,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을 열수 있을 것이다.
나는 국회가 실시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외부전문가로 참여했지만 그 답을 얻지 못했다. 국정조사 기간은 11월24일부터 개시됐지만 실제로는 12월21일부터 1월17일까지 총 28일 동안만 진행된 탓이다. 야3당이 900쪽이 넘는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였지만 정부·여당의 비협조, 제한적인 증인 채택, 조사대상 기관(증인)의 방어적 태도, 유가족 참여권 미보장, 시간부족 등의 한계에 있었다. 아직 ‘절반의 진실’만이 드러났다. 그 진실 중 하나는 이번 참사가 행정안전부, 경찰, 서울시, 용산구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인파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점이다.
2023년 1월4일 청문회에서는 경찰 수뇌부의 ‘진실공방’으로 보도된 장면이 있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핼러윈 참사 전에 경비기동대를 요청하였다”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는 ‘사전 요청 여부’가 핵심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청이 있었든, 없었든 기동대를 배치해야 했고 경찰은 그렇게 해왔다.
서울경찰청은 2017년부터 ‘핼러윈 인파관리’를 위한 안전대책을 수립해왔고, 2020~2021년에는 경비기동대를 배치해왔음이 국정조사에서 확인됐다. ‘2017년~2022년 이태원 핼러윈데이 치안 상황 분석 문서’를 보면, ‘이태원 일대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가장 우선 대응 과제로 적혀 있고, 2021년에는 3개 기동대 135명을 배치한 것으로 돼 있다. 이밖에 ‘마라톤대회’ ‘조계종 연등회’ ‘월드컵 길거리 응원’ ‘봄철 벚꽃 개화 기간’에도 경찰은 인파 혼잡을 예상하고 기동대를 출동시켰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행사라면 경찰은 사전 안전점검, 핫라인 구축, 경력 집중배치, 무정차 통과 조치 등 대응 방안을 구축해왔고, 주최 측이 없는 행사라도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서울시장, 용산구청장이 바뀌고서 처음 맞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된 2022년 이태원 핼러윈에서는 안전관리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 “마약류 범죄 예방·단속”이나 “불법·무질서 엄정 대응”만 강조할 뿐 인파 운집과 관련한 안전사고 예방 계획이 빠져 있었다. ‘바람 앞에 등불’ 같던 10월29일 이태원 현장에 배치된 137명의 경찰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다. 정복을 입은 경찰은 26명에 그치고, 인파관리 위험성을 전달한 정보관은 1명도 없었다.
경찰의 책임만 보더라도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하였는지 추가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국정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사실이 많고,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이 왜 마비 수준으로 작동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과 개선 대책도 제시되지 못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구 내 경찰 배치가 달라졌는지 △모든 정보·경비 경찰을 왜 집회·시위 현장에만 보냈는지 △경찰청에 보고된 내용은 왜 교통이나 마약 등 범죄예방 중심의 대책이었는지 △윤석열 정부가 경찰국 설치 등 경찰 통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이 있는지 △경찰 지휘부는 참사 전과 당일 인파 위험에 관한 보고를 정말 못 받았는지 △경찰 내부 정보보고서는 어디까지 전달되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참사 이후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도 있었지만 역시 ‘절반의 진실’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총 23명을 검찰에 송치하였으나 윗선 눈치보기 수사, 셀프 수사라는 한계를 보였다. 과연 일선 경찰, 소방, 구청 공무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있을까. 국정조사를 마무리하며 야3당과 유가족은 충분한 조사권한과 독립성을 가진 진상조사기구 설립에 합의했다. 독립적 진상조사기구가 생긴다면 참사 원인의 첫 단추부터 마지막 단추까지 다시 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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