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칼럼] 권력은 스스로 무너진다

2023. 2. 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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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문재인 민주당 권력의 붕괴는 2020년 총선 압승부터 시작한다. 걸린 시간은 1년이 안 된다. 2020년 총선공천 때부터 '윤미향, 양정숙, 인국공사태, 오거돈과 박원순 그리고 김상조'순이다. 권력 붕괴의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았다. 내부에서 시작된 것이다.

첫째, 권력의 자기절제 실패 또는 자정능력 상실이다. 겸손하지 않은 권력은 오만과 독선으로 스스로 마감한다. "성금과 기금이 피해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횡령의혹을 받았던 윤미향과 재산증식 과정에서 가족명의를 차용하는 등 의혹이 제기되었던 양정숙 공천은 권력 붕괴의 신호탄이다.

2021년 3월 당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의 승부를 결정짓는다. 그는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에 본인 소유 청담동 아파트의 임대료를 14.1% 올려 계약한다. 윤미향과 양정숙 그리고 김상조 사이에는 오거돈과 박원순이 있다. 부산시장 오거돈은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시인했지만 '총선 후 사퇴키로' 합의했고, 서울시장 박원순 '성추행 혐의'로 자신의 전 비서에게 피소당한 지 3일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둘째, 권력의 정체성 위기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해와 대안을 가진 권력이지 않았다. 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중 214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시작된다. 인국공은 공기업으로 대졸공채에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선망의 직장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방문일을 기준으로 그전 입사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그 이후 입사자는 공채절차를 거치도록 한 것을 두고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불만 등과 함께 노동시장과 인식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이었다. '비정규직은 없어져야 한다'는 믿음밖에 없는 권력의 실력이다

전당대회를 앞둔 여권에서는 일정한 패턴이 확인된다고 한다. 친윤계 의원과 윤핵관의 '명백한 반윤' 낙인찍기-부정적 내용으로 이뤄진 폭로전·여론몰이-대통령실의 의중 재확인이다 . 이른바 '윤심' 아닌 주자가 1위로 떠오르면 그 주자를 주저앉히는 과정이 반복돼왔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실 관계자와 윤핵관 발언은 '윤심'이라고 확인했다고까지 말한다. '직접개입'이다. "저쪽에서 반윤을 기치로 세를 결집하겠다면, 진정 윤 대통령과 나라를 위한 이가 누구인지를 드러낼 필요도 있다"거나 "전대뿐 아니라 내년 총선, 나아가 4년간의 국정운영을 걱정하는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윤 대통령 주변에서 확실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은 직접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본다.

대통령의 진심도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으로 확인된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상황이 엄중한데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면서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이어지는 설명은 권력의 인식을 보여준다. 관계자는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는가"라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표현"으로 "대통령 참모와 대통령과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과연 '김기현 당 대표 만들기'나 '윤석열 정부 성공'에 도움 될까? 속으로만 "대통령실의 선거개입"이고 "정당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겁한 외면의 여권 분위기다. 자기절제와 자정능력 없는 권력 그리고 '선출된 군주'와 같은 오만과 독선의 권력, 여기에 정체성 위기의 권력까지. 우리는 그 권력의 끝이 어떻게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 보았고 또 봐야 할지도 모른다. 권력은 '붕괴된다'의 수동체가 아니라 '붕괴한다'의 능동체다. 권력은 스스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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