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입력 2023. 2. 8. 18:40 수정 2023. 4. 1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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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정책부 정치팀장

영화 속 세상에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원더우먼, 캡틴 마블 등 이름도 전부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영웅들이 있다. 강한 힘과 초능력으로, 혹은 뛰어난 두뇌와 첨단기술, 자금력으로 막강한 빌런(악당)에 맞서 세상을 구한다.

멋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하늘을 날거나 강한 힘을 쓰는 영웅을 동경하고 영웅이 된 나를 상상하곤 했다. 그러다 문뜩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강한 힘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그들은 세상을 구원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또 다시 목숨을 걸고 세상을 구원하는 일에 뛰어든다. 그런 용기와 끈기, 사명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들은 왜 세상을 구하는 것일까. 나라면 세상을 구하는 일에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까.

아주 오래된 영웅물인 스파이더맨은 아주 간단명료하게 내 의문에 해답을 던져준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지탱하는 이 명제는 사실 모든 영웅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관통하는 명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러니 그 책임을 다하라'. 힘 있는 자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 발걸음을 내딛는 공간, 내뱉은 말의 흐름에까지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밖으로 나오면 초능력을 휘두르는 영웅은 없지만, 큰 힘을 가진 이들은 있다. 권력자들이다. 그리고 그 권력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이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그 큰 힘에 따른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정점에 선 권력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해외 순방을 가고 수십조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올렸으니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고 있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尹心) 뽐내기 대회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전언'이 전당대회 전반을 흔들고 있는 탓이다. 윤 대통령의 '전언'은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꿇어 앉힌데 이어 차기 유력주자로 급부상 한 안철수 예비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을 만나 "(안 후보가 사용한) '안윤연대'라는 표현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대통령과 당 대표 후보가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공개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진에 "실체가 없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표현을 운운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자는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자 (대통령의) 적"이라고 말하며 안 후보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안 후보가 윤심 홍보용으로 활용한 이른바 '윤안연대'를 못마땅해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과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류를 말씀드리면, 국정 수행에 매진 중인 대통령을 후보와 동률에 세워놓고 캠페인에 넣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안 후보를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전언이 알려진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고한 독주 체제를 보였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가 출마를 포기한 나 전 의원의 전철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 전 의원에 이어 안 후보까지 윤 대통령의 눈밖에 난 이들은 모두 떨려 나가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실이 반론을 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1호 당원'이니 당연히 당원으로서 의견을 개진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논리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한 달에 300만원씩 당비를 낸다. 1년에 3600만원의 당비를 낸다"며 "(대통령이) 당원으로서 할 말이 없겠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가 "우리는 그런 걸 '당무 개입'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며 "당비 200만원을 내는 당 대표에게는 맨날 뒤에서 총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격했다.

대통령에게 한 달에 300만원이나 되는 당비를 받는 것은 그 만큼의 큰 권리를 주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더 큰 책임과 의무를 지라는 의미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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