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등 효과… 단기투자 수익 챙기려 경영권 흔들기도

신하연 2023. 2. 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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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늘리고 경영투명성 높여
요구사항, 장기 성장엔 물음표
적은 지분으로 선 넘은 간섭
단기차익 노린 '먹튀' 비판도

영향력 커진 '행동주의 펀드' 빛과 그림자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기업 경영에 적극 간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주축으로 한 주주 행동주의가 최근 국내 증권시장의 한 흐름이 되고 있다. 배당 극대화, 지배구조 개편 간여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행동'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도 하나 '소수지분'을 무기로 결국은 '먹튀'를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행동주의 '타깃'된 은행주 주가 급등…금융지주 주주환원책 기대감도 '쑥'=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은행지수는 연초 이후 14.9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0.97%)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KB금융의 경우 17% 이상 올랐고, 우리금융지주(13.78%) 신한지주(21.14%) 하나금융지주(19.85%) 등 4대 금융지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난달 초 주요 금융지주사 7곳에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도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높이도록 요구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BNK금융은 주주제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배당성향을 25%로 상향하고 당기순이익의 2% 수준인 16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도 2022년 현금배당성향을 2021년과 같은 26%로 결정하고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도 의결했다. 뒤이어 이날 실적을 내놓은 신한금융지주도 2023년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1500억원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겠지만 금융주 저평가 이슈와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관심이 공론화 된 것 자체가 금융지주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 행동주의 펀드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데도 간여한다. 또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태광산업이 지난해 감사위원 겸 사회이사를 분리선출한 행위는 위법이라는 의견을 받았다"며 "이 과정에서 올해 소수 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제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소수주주 보호장치인 분리선출제도를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도입된 분리선출제도는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는 '3%룰'(대주주 지분율을 3%로 제한하는 룰)을 적용, 일반 사외이사와 분리 선출토록 해 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인 기업에서도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게 하는 주주보호장치다. 하지만 태광산업이 지난 2021년 이미 분리선출로 선임한 감사위원 외에도 지난해 또 분리선출했다는 것이다.

보유지분 5.80%로 태광산업의 2대주주인 트러스톤은 앞서 지난해 12월 태광산업의 4000억원 규모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저지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이슈로 떠들썩했던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도 행동주의펀드의 타깃 중 하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에스엠 감사인 선임에 성공했다. 이후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을 문제 삼아 총공세에 나섰고, 결국 에스엠 이사회는 지난달 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하고 이 총괄을 배제한 프로듀싱 체제 'SM 3.0' 시대를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선 부르짖지만 속셈은 단기 투자 수익"= 일각에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참여 목적에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지만 결국 최종 목적은 단기 투자 수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배당 확대, 자회사나 사업 분리 매각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단골 주장은 회사의 장기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과거 국내외에서의 행동주의는 타깃 회사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후 적극적인 경영간섭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팔아 차익을 노리는 투자수법을 활용해왔다.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KT&G도 지난 2006년 아이칸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당시 아이칸은 KT&G 지분율 6.6%를 사들이고 KGC인삼공사(당시 한국인삼공사) 상장과 주주 환원책 강화 등을 요구해 주가를 높인 뒤 4개월 만에 보유지분을 처분, 15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 보유지분이 1%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진 안다자산운용 등은 현재 아이칸처럼 KT&G에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상장,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환원 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면서도 "늘 선한 목적만 갖고 경영에 개입하는 건 아니어서 방어하는 쪽(기업)이 무방비 상태로만 놓여있지 않게 끔 '무기대등의 원칙'의 필요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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