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들 뒤로 세우고… “존경하는 자제분” 김주애 띄우기
신형 핵무기 대신 백두혈통 부각
김정은·리설주 가운데 자리 차지
전문가 “전무후무한 파격 연출”
“김주애 숭배 의도” 분석도 나와
김정은, 대남 메시지 없이 군 격려
리설주 ‘화성-17형’ 목걸이 눈길
北 김정일 만난 해외정상 화보공개
김대중·노무현 사진은 안 올려
“전무후무한 파격 연출이다.”
母 리설주 스타일로 꾸민 김주애… ‘좌천설’ 황병서도 건재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5주년 건군절을 하루 앞둔 7일 가족과 함께 기념연회에 참석해 군 최고위급 장성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 위원장,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 황병서는 한때 좌천설이 나돌았으나 이날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장을 달고 김 위원장과 함께한 사진이 공개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은 8일 오후 8시30분부터 식전행사를 시작한 뒤 건군절 열병식 본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이날 오전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창건 75돌을 맞으며 2월7일 인민군 장령들의 숙소를 축하 방문하시였다”며 “존경하는 자제분과 함께 숙소에 도착하시자 국방성 지휘관들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 연합부대 군정 지휘관들이 경모의 정을 안고 영접하였다”고 보도했다. 김주애는 최초 소개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 지칭됐고, 두 번째 노출 땐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불렸다. 이번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위상이 점차 강화된다는 분석이다.
노동신문도 김 위원장의 건군절 전야 행보를 보도하며 주인공으로 김주애를 집중 부각했다. 1면엔 김 위원장이 김주애 손을 잡고 연회장에 들어서는 사진, 2면엔 김주애가 ‘상석’에 앉은 사진을 각각 실었다. 외형도 달라졌다. 2013년생으로 알려진 김주애는 처음엔 점퍼를 입고 열 살 어린이다운 얼굴로 나왔지만, 이번엔 투피스 정장 숙녀복을 입고 머리를 어른스레 정돈한 격식 차린 모습이었다. 김주애는 심지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부장 등 군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자신의 뒤에 병풍처럼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조연’처럼 양 옆에 배치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은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은)가 사이드에 배치되는 건 있을 수 없는 결례”라며 “파격 연출”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건군절에 부여해 온 중요성에 비해 김 위원장 연설은 다소 톤다운 됐다. 각급 장병과 노병, 지휘관 등을 일일이 열거하며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고 하는 등 내부 격려로 연설을 채웠다. ‘핵무력’은 등장하지 않았고 대남·대미 메시지도 없었다. 군 최고사령관이기도 한 김 위원장이 이날 군복 대신 양복을 입고 참석한 점도 눈에 띄었다.
다만 “후손만대를 위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며 마침내 위대하고 절대적인 힘을 키웠다”며 ‘위대하고 절대적인 힘’이란 비유적 표현을 썼다. 연성소재를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리설주가 대륙간탄도미사일 모형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왔다.
한편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2월16일)을 앞두고 우상화 및 대외선전용으로 김정일이 생전 만난 해외 정상을 소개하는 화보를 발간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의 주석, 장관 등과 만난 사진이 실렸고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실리지 않았다. 이는 남북이 서로 상대를 ‘국가’나 ‘해외’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에 대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합의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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