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안전 사각지대, 연구실 관리혁신 제언

정용철 입력 2023. 2. 8. 18:01 수정 2023. 2. 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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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스마트잭 대표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은 4547개 연구기관과 8만6236개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다. 총 130만8579명 연구 활동 종사자가 매년 102조1352억원에 이르는 연구개발(R&D)비를 지출하며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16.7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1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비 비율 또한 4.96%로 세계 2위다.

연구실은 모든 첨단기술이 탄생하는 근간이다. 현대 사회에서 국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과학기술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연구실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연구 시설이 아직까지도 낙후된 업무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문제다. 과학기술 미래를 이끌어 갈 연구원 역시 관리 부족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내 다수의 연구 시설은 최대 1000개 이상의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화학물질은 폭발성, 인화성, 자연 발화성 등 물리적 위험성과 발암성, 눈 손상, 급성 독성, 피부 부식, 흡입 유해성 등 건강 및 환경적 유해성을 지니고 있어 취급 및 보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화학물질 관리는 1970~1980년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화학물질을 수기 장부로 관리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화학물질 사용 실태 현황 파악과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현황이 파악되지 않아 화학물질을 중복 구매하거나 관리 물질의 유효기간 체크 소홀로 창고에서 무기한 보관하거나 유효기간을 놓쳐 사용하지도 않고 폐기하는 사례도 흔하다. 순도 높은 화학물질은 대부분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불필요한 R&D비 지출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수시로 입고, 폐기된다. 다품종 소량 보관되는 화학물질은 취급 방법이 상이하고 같은 공간 안에서 병원체, 생물, 가스 및 각종 장비 등 다양한 유해인자를 동시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폭발성·인화성·독성 등을 띤 유해 물질이 취급되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고, 연구원들이 직접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인명 피해 가능성 또한 짙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총 1097건의 연구실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연평균 약 220건의 연구실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연구원이 다치고 있다. 이 가운데 중대사고가 10건, 사망자가 5명이나 된다.

화학·화공, 의학·생물 등 유해인자 노출도가 높은 고위험 연구실에서의 사고 발생 비율은 81.1%를 차지한다. 이는 연구실 내 화학물질이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원인 중 큰 부분임을 보여준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연구실 내에서 화학물질 관리 현황을 한눈에 확인하고 관리하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회계 및 물품 재고를 다루는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이미 고안돼 있고, 관련 정보 처리가 자동화돼 있으나 연구실 현장에는 이와 같은 수단이 전무하다. 연구실 내에서 관리해야 할 물품은 수량과 종류가 많고, 관리 방법 또한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폐쇄적인 연구 업계 특성과 연구실 관리 및 안전 인식 부족 탓이 크다.

다행히 최근 대중의 안전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연구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령이 정비되고, 상해보험 등 안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개정된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은 △연구실 안전 확보 △연구 종사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 △안전한 연구환경 조성으로 연구활동 활성화에 기여 등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또 지난해 연구자의 생명 보호 및 국가연구자산 보호를 위해 연구실 안전관리사 제도가 처음 신설돼 첫 시험이 시행된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 안전한 연구실 관리를 위해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모든 기술은 연구실에서 비롯된다. 연구실의 일상도 변해야 한다. 자동화가 필요한 부분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전한 연구 환경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는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연구직 인재들이 좀 더 안전하고 체계적이며 효율적인 업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혁신을 이루길 바란다.

김건우 스마트잭 대표 safer009@smartjackw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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