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정부 "법과 원칙은 가능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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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고 남은 연료, 즉 폐기물이다.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은 법적으로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원자력안전법이 원전 '안전'을 규정한 법이므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관계 시설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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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해야 포화 1년 앞두고 완공"...한빛‧한울원전도 예고
환경단체 "폐기물 방출시점 못 박고 주민 설득 나서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결정된 후 주민 반발이 거세지만, 이를 관할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8일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될 때까지 쓰는 임시 시설"이라며 "고리원전에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되기 전인 2030년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원전 부지 밖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중간저장시설)을 짓는 논의가 국회에서 난항을 거듭해 일단 이를 보관할 임시시설이라도 부지 내에 짓고, 중간저장시설이 지어지면 바로 내보내겠다는 설명이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방출 시점을 밝히고 주민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1년에 포화"...건설 기간 감안하면 올해부터 지어야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고 남은 연료, 즉 폐기물이다. 대개 원전 격납건물 내 습식저장소에서 임시로 보관되는데 국내 주요 원전의 습식 저장소는 2030년 이후 포화 상태에 이른다. 2021년 기준 고리와 한빛원전의 포화시점은 2031년, 한울원전은 2032년이다. 원전 바깥, 별도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짓는 문제가 40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자정부는 우선 원전 부지 내, 격납고 밖에 '건식저장시설'을 임시로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실을 고려했지만 문제는 중간저장시설을 짓는 관련법(고준위 방폐물 관련 특별법)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지는 선정은커녕 어떤 기준으로 부지를 정할지조차 기준을 찾지 못한 마당에 원전 부지 내에 저장시설이 들어서면 자칫 영구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크다. 정부 고준위방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석연 변호사는 "한수원이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에) '의도적인 항공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는 설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간저장시설에 적용되는 설계 기준"이라고 짚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진짜 임시시설이면 다른 지역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방출할 시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월성 원전 1992년부터 건식저장시설 운영...같은 법 적용할 것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은 법적으로 건설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이 믿는 구석은 원자력안전법. 이 법에 따르면 원자로 관계 시설을 짓거나 설계를 변경할 때 그 설계안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고 허가받도록 하고 있는데, 건식저장시설이 관계 시설에 해당돼 원안위 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경북 경주 월성원전은 이 조항을 근거로 1992년부터 건식저장시설을 운영 중이고 2010년과 2022년 추가로 지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원자력안전법이 원전 '안전'을 규정한 법이므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관계 시설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저장시설을 지으려면 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회적 논란을 피해 편법을 쓴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수원이 전남 영광 한빛원전, 경북 울진 한울원전에도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예고하고 있어 주민 반발은 다른 지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2일 두 원전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3월 결과가 나오면 이르면 상반기 중 건설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역 주민 설득은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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