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저작권 투자 위험하진 않을까"… 신뢰 확보가 관건 [시동 걸린 조각투자 시장 (下)]

이주미 2023. 2. 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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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동산 넘어 무형자산까지
제때에 매력적인 상품 나와야
초기 거래량 미흡땐 무용지물
객관적 가격 산정·안전성도 필수
조각투자 사업을 위한 안전판 설치로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토대가 마련됐다. 플랫폼들도 토큰증권발행(STO)에 열을 올리며 시장을 달구는 모습이다. 다만 상품 출시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고 거래량이 부족하면 시장이 성장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은 기초자산의 객관적 가치 산정이 미흡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반된다.

■상품 다양성, 적시 확보돼야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각투자 시장에서는 지난 5일 발표된 '토큰증권발행·유통규율체계 정비방안'을 투자 선택지를 넓힐 발판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태껏 자본시장법상 금지됐던 상품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자 효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삼는 만큼 거래 편의성, 낮은 비용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쪼개'서 거래할 수 있어 소유권 취득이 용이해짐에 따라 얻게 되는 높은 유동성도 매력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으로 취급되면서 투자자는 법적 보호를 받는 가운데 상품 다양성을 취할 수 있게 됐다"며 "사업자 입장에선 장외거래중개업 등 새로운 형태 라이선스를 취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다양한 상품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투자자산 발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식, 부동산뿐 아니라 골동품, 인프라, 선박, 비행기, 지식재산권(IP) 등 무형자산까지 '조각'하는 상품이 제때 출시돼야 시장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조각투자 상품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지다. 객관적으로 값을 매기기 어려운 대상들이 있어서다. 가령 미술품은 대개 작품이 1개이거나 극히 소수라 가격 비교에 제약이 있다. 결국 최종 구매자 호가로 가격이 정해진다는 맹점이 있다. 명품이나 시계 등 현물, 비상장주식, 저작권 등 특정 권리 역시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요구되는 이유다. 당장 믿을 건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이다.

물론 조각투자 플랫폼들도 믿을 만한 가격 책정법과 양질의 투자 정보 제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일례로 테사는 자회사 '테사 에셋'에서 미술품 감정 평가를 진행하고, 매거진 '월간 테사'를 통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뱅카우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경매시장 낙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고, 예방접종·유전자 정보 등을 플랫폼에 게재하고 있다. 트레져러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투자 정보를 알린다.

■상장 후 거래량이 관건

개별 플랫폼을 넘어 시장이 도약하기 위해선 초기 '거래량'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블록체인 기반 매매를 향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수급이 부족해 기초자산 가격 변동이 상품에 반영되지 않으면 신뢰도는 급격히 저하될 수 있어서다.

단일 상품 흥행도 중요하지만, 연쇄적 성공이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이번에 제시된 소규모 장외 플랫폼, KRX 디지털증권 시장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1조894억달러(약 1378조원)가 넘는 반면 토큰증권마켓(STM)에서 집계하는 유통 ST 시총은 140억달러(약 17조원)에 그친다. 그 간극을 좁혀야 투자자 및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TO 성공 여부는 상장 이후 거래량에 달렸다"며 "이를 토대로 한 가격 반영 효과가 없다면 투자자들은 제도적·기술적 혁신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상업용 부동산, 미술품 조각투자는 활발히 거래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며 "거래가 없다면 주식 장외시장인 코넥스나 K-OTC처럼 투자자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기본은 안전성이다. 부동산이 아닌 미술품, 명품 등 동산은 추적이 어렵다. 훼손·분실·도난되는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의미다. 투자자 안심을 위해 원격 관리시스템으로서 사물인터넷(IoT) 기술 활용이 제안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블록체인 기술이 저비용이고 신뢰성이 있다지만, 운영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많았음을 부정할 순 없다"며 "이 같은 한계 탓에 앞서 ST가 활성화된 미국도 시장 규모가 작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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