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만 2040년 102兆···노인기준 유지땐 나라살림 거덜난다

세종=서일범 기자 2023. 2.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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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된 노인 1000만 시대]
<상> 한계 다다른 노인복지-재정건전성 비상
수급대상자·지급액 매년 팽창···17년 뒤엔 예산의 15%
장기요양 적립금은 고갈 목전···지하철 무임승차도 폭탄
노인연령 올리되 취약계층에 집중지원 '빈곤율' 낮춰야
[서울경제]
서울 시내의 한 지하철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노인 연령의 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현재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재정지출이 매년 급증해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8일 “압력밥솥이 터지기 전에 미리 김을 빼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누구도 손을 대기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매년 선거를 치르는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상 노인 복지와 같은 ‘화약고’를 섣불리 건드렸다가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사이 노인 복지 관련 재원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당장 기초연금(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계층 지원)은 매년 수급 대상과 금액이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지급액 자체도 물가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기초연금(단독 가구)은 지난해 30만 7500원에서 올해 32만 3180원으로 5.1% 인상됐으며 수급 대상자도 같은 기간 612만 명에서 656만 명으로 1년 만에 44만 명 늘었다.

관련 예산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올해 책정된 기초연금 예산은 22조 5000억 원인데 연금 지급액이 40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2030년에는 52조 원, 2040년에는 102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 총지출 예산(639조 원)의 15%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기초연금 같은 의무지출만 자꾸 늘어나면 국가 발전에 쓸 재량지출이 줄어들고 자연히 나라 전체에 활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며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재정 건전성 확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65세 이상부터 수혜 대상이 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숨은 폭탄이다.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환을 앓는 국민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이 보험의 재원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매달 납부하는 건보료와 장기요양보험료인데 연간 약 100만 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장기요양 적립금이 2026년 고갈되고 2030년이 되면 3조 8000억 원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적자는 결국 정부 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시 지하철 무임승차도 노인 기준 연령과 직결되는 문제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인한 연평균 손실액이 3236억 원으로 평균 적자(7449억 원)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65세 무료 승차의 경우 1982년에 만들어져 40년이 넘은 제도인데 당시 4% 남짓이던 고령인구가 곧 20%를 넘기게 된다”며 “인구의 5분의 1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만큼 70세 정도로 기준 연령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인 연령을 상향할 경우 연금 수급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노인 빈곤율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8.9%에 달해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5%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얇고 넓은’ 보편적 복지 제도로 현금 살포에 집중한 탓이 컸다는 설명이다. 취약 계층에 대한 두터운 지원에 나서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수급자 3분의 1가량이 OECD 빈곤 기준선보다 높은 비(非)빈곤층에 해당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들에게 뿌려지는 지원금을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재설계해야지 무작정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지원금을 나눠준다고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 궁극적으로 경제활동인구를 늘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제조업 기반 국가인 독일의 경우 공적연금 개시 연령과 정년 연령을 2029년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기업들에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제도의 기준 나이를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노인 연령 기준이나 정년 연장 문제 등도 윤석열 정부가 다루는 사회 개혁 어젠다로 올려 진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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