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개월후엔 '공업용수 대란'… LG화학 등 "장마까지 버텨라" 특명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서진우 기자(jwsuh@mk.co.kr), 이윤재 기자(yjlee@mk.co.kr) 2023. 2. 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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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가뭄에 수위 계속 낮아져
주암·수어·섬진강댐 '심각'
6월부터 용수 공급대란 불보듯
산단기업 조기정비로 용수아껴
보성강·칠보수력발전소 멈춰
발전용수 가뭄해소쓰며 총력전
메마른 나주호 전남 나주에 1976년 완공돼 인근 지역에 물을 공급한 '나주호(湖)'가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가뭄으로 수위가 크게 낮아진 모습. <이충우 기자>

정부와 여수·광양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공업용수를 절약하기 위해 공장을 멈춰세우는 초유의 방안까지 들고나왔다. 전남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6월께 물 부족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기준 최근 1년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88.8% 수준이다. 특히 전남 지역 누적 강수량이 64.5%에 그치면서 50여 년 만에 가장 긴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영산강·섬진강권역 4개 댐(주암댐·수어댐·섬진강댐·평림댐)은 모두 물이 많이 줄어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관리되고 있다.

강수량이 갑자기 늘지 않는 한 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남부 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댐들은 4개월 뒤인 6월 내 위험 수위까지 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면 남부 지역에 생활·농업·공업 등 '3대 용수' 대란이 불가피하다. 가뭄이 지속된다면 섬진강댐은 당장 6월 2일 저수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저수위는 물 공급에 차질이 없는 최소한의 댐 비축 수량을 말한다.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각지로 보내는 취수구가 위치한 선인데, 이보다 수위가 내려가면 안정적인 물 공급이 어려워진다. 동복댐은 6월 14일, 주암댐은 6월 21일에 저수위까지 물이 빠질 것으로 계산됐다.

특히 주암댐이 문제다. 주암댐은 총 저수 용량이 7억700만㎥로 호남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이다.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전남 고흥·나주·목포·순천 등 시군 11곳의 식수원이다. 여수·광양 산단이 쓰는 공업용수의 주된 수원이기도 하다. 주암댐이 저수위에 도달하면 여수·광양 산단이 공업용수 부족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날 기준 주암댐 수량은 1억8250만t으로 저수 용량의 25.8%만 차 있다. 저수위 용량은 6500만t으로, 주암댐 물이 지금부터 약 60% 줄면 저수위에 다다르게 된다.

여수·광양 산단과 인근 현대제철 공장은 가뭄으로 이미 공업용수 사용량을 대폭 줄인 상태다. 가뭄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여수·광양 산단은 일평균 공업용수를 75만8000t 사용했다. 가뭄이 이어지면서 올해 1월 일평균 사용량은 70만6000t으로 4만8000t가량 줄었다. 정비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하고 있는 여수·광양 산단 입주기업 16곳은 전체 산단 공업용수의 96%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정비를 앞당겨 공장 가동을 부분적으로 멈추는 것만으로도 하루 평균 1만8000t의 공업용수를 아낄 수 있어 저수량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산단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의 생산시설이 있다. 한화에너지 등 화력·열병합 발전 기업과 포스코 제철소, 현대제철 등도 여수·광양·순천에 각각 위치한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전남 지역 가뭄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정기 보수에 돌입했거나 마친 상태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여수NCC 산단 중 일부 시설의 정기 보수를 마쳤다. 다른 시설은 올 상반기에 정기 보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정기 보수 시기는 3~4월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양에 제철소를 두고 있는 포스코는 철강 시황 부진에 대응해 탄력적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용수 부족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후판 등 일부 공장의 수리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당초 예정된 후판공정 수리를 대폭 앞당겨 최근 진행했다. 하반기로 예정됐던 또 다른 공정 라인의 정비도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 실시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정기 보수는 한국수자원공사 측 협조 요청이 있긴 했지만 기업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천에 공장을 둔 현대제철은 산단에 '물을 아껴쓰자'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자체 대비에 나섰다. 여수에서 열병합발전을 운영하는 한화에너지 역시 주암댐에서 공급받는 용수가 부족해지자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정기 보수를 올 상반기에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한화에너지 측은 "당장 발전이 중단될 정도의 위험 수위는 아니지만 수자원공사 요청도 있었던 만큼 정기 보수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단 주요 기업의 협조로 6월까지 저수위 이상으로 남부 주요 댐 수량을 유지하게 된다면 가뭄에 따른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말께는 장마기에 접어들어 해갈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남부지방 가뭄이 심해지면서 인근 수력발전소도 가동을 중단했다. 전남 보성 소재 보성강 수력발전소는 작년 11월부터 사실상 가동을 멈추고 최소한의 농업용수를 제외하고 하류인 주암댐으로 물을 보내면서 가뭄 해소에 협조하고 있다. 전북 정읍의 칠보 수력발전소(3만5000㎾)도 가동을 중단하기는 마찬가지다.

[홍혜진 기자 / 서진우 기자 / 이윤재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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