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다시 열린다"… 韓 반도체·철강·석화 '턴어라운드' 기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국내 기업들도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중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스마트폰·철강·석유화학·정유 등을 중심으로 한 수혜를 예상하는 가운데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소비 진작의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수출 부진 여파로 올해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 전반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먼저 중국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재고와 중국 브랜드 완제품 재고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스마트폰 세트업체 재고 일수가 10주 이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정상 수준인 6주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중국 스마트폰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제품 갤럭시 S23을 출시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조직과 제품전략, 소프트웨어 등을 중국 소비자에게 더 특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되살아나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에 MLCC를 공급하는 삼성전기가 꼽힌다. 삼성전기는 MLCC 매출 50%, 카메라모듈 매출 30%가 각각 중국향으로 추정된다.
최근 업황이 안 좋은 반도체 업계도 중국 리오프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약 50%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 스마트폰과 PC 시장 등이 되살아나면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다.
철강 업계도 벌써부터 가격이 들썩이는 등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잡히고 있다. 철강 가격은 지난해 12월부터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열연 기준으로는 한 달 사이에 중국(3.8%), 미국(9.8%), 유럽(7.8%) 등에서 가격이 올랐다. 국내에서도 같은 기간 열연 강판과 후판의 t당 가격이 10만원가량 뛰면서 최근 100만원을 넘어섰다. 이달에는 포스코·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열연 강판 가격이 t당 3만~5만원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으로 고전했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무엇보다 중국 리오프닝에 가장 목마른 상황이다.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 가운데 40%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 봉쇄로 인한 타격이 컸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직접 체감하는 부분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르면 2분기께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CIS는 최근 중국 내 석유화학 제품 성장률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특히 내구 소비재, 건설, 자동차에 사용되는 폴리올레핀 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올해 연간 폴리에틸렌(PE) 성장률은 당초 4.5%로 예상됐으나 5.9%로 상향 조정됐다. 폴리프로필렌(PP) 예상 성장률은 6.0%에서 7.5%로, 폴리에스터(PET) 섬유 성장률도 당초 6.9%에서 8.4%로 높아졌다.
정유산업 역시 중국 리오프닝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리오프닝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돼 중국과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은 지난해 9955만b/d(하루당 배럴)였던 글로벌 석유 수요가 올해 1억177만b/d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 역시 1527만b/d로 예상돼 전년 대비 51만b/d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8%로 전망되는 등 전 세계와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라며 "1분기는 춘제, 2분기는 제조 건설업 활동 증가로 석유 수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물동량 상승에 따른 수주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조선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려 하더라도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만 소화하기 어려운 물량이나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은 한국에서 수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량은 중국 업체에 몰릴 수 있지만 한국 조선업체가 수익성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리오프닝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국이 벌크선을 많이 가져갈 것"이라며 "중국이 벌크선 위주로 도크를 채우면 수주 경쟁은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라 한국 조선사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늘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윤재 기자 / 이새하 기자 / 정유정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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