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VS송혜교" 라이벌은 거들 뿐   [Oh!쎈 초점]

연휘선 2023. 2.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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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나의 라이벌은 어제의 나". 자칫 오만해질 수 있는 말이 넘치는 자신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루하루 필모그래피로 도장깨기를 하고 있는 배우 송혜교 이야기다. 

최근 송혜교가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를 향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이 8부작으로 공개된 가운데 2개월째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시즌제가 자리잡았고, 파트2 공개가 3월 10일로 임박했다고는 하나 무섭도록 빠른 템포를 자랑하는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다. 

'더 글로리'의 인기로 김은숙 작가의 맛깔나는 말맛과 쫄깃한 구성, 안길호 감독의 디테일을 살린 연출, 학교폭력이라는 시대적 관심을 대변하는 소재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모두 타당한 이야기이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 한 가지를 뽑자면, 주연 배우 송혜교의 활약이다.

송혜교는 '더 글로리'에서 어린 시절 학교폭력 피해로 영혼을 잃고 치밀한 복수를 기획하는 주인공 문동은의 성년을 맡아 열연했다. 어린 문동은(정지소 분)의 피해가 어른 문동은인 송혜교의 차분하고도 처절한, 고독하다 못해 안타까운 분위기로 거듭나며 보는 이들을 '더 글로리' 속 극적인 사건으로 몰입하게 만들었다. 극적이고 경악스럽지만 그렇기에 자칫 소수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로 외면받을 수도 있는 드라마의 이야기가 송혜교의 흡입력 있는 연기를 통해 공감을 자아내고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송혜교가 주목받은 작품은 '더 글로리' 뿐만이 아니다. 그는 1990년대 말부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호평받았고, 2000년대 초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겪는 시한부 환자의 비극적인 순정 멜로를 선보이며 '한류'의 시대를 열었다. 이어 드라마 '올인'으로 블록버스터 드라마에서도 꽃피는 사랑이야기로 멜로 퀸으로 거듭나는가 하면, '풀 하우스'에서는 다시 한번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를 소화하며 변함없는 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와 만난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는 송혜교의 연기력이 한차원 상승해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통통 튀는 발랄한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임에도 노희경 작가 특유의 많은 대사와 디테일을 살린 설정들을 놓치지 않았다. 김규태 감독 특유의 클로즈업에도 빛 바래지 않는 미모와 시각장애인 설정을 극복해낸 대사 처리 능력과 완급조절, 표정연기 등이 이견 없는 호평을 자아냈다.

김은숙 작가와 인연을 맺은 '태양의 후예'에서 활약은 또 어땠나. 파병부대 장교와 사랑을 나누는 의사라는 자칫 현실감 없는 유치해보일 수 있는 설정에도 송혜교의 발랄한 로코 감성이 유쾌함을 선사했고 드라마이기에 가능하다는 설득을 이끌어냈다. 어떤 장르, 캐릭터에도 보는 이들을 납득시키는 힘을 보여준 그는 이를 계기로 KBS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리고 다시 김은숙 작가와 만난 '더 글로리'. 송혜교의 연기는 이번에도 진화했다. 처절함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홀쭉한 몸이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 무감한 표정이 상처입은 영혼의 공허함을 극대화한다.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이기에 작품성이 강조되는 만큼 그의 연기도 한층 더 무게감과 진정성을 갖고 보는 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순풍산부인과', '가을동화',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더 글로리'. 이 밖에도 열거하지 못한 다양한 필모그래피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온 배우. 송혜교의 라이벌은 어제의 송혜교. 멜로 퀸, 로코 퀸 아닌 '드라마 퀸' 송혜교의 활약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KBS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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