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투명성 해칠라 … 도입 4년 '지정감사제' 유명무실 위기

김명환 기자(teroo@mk.co.kr),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3. 2. 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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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태로 도입됐지만
재계, 비용 부담에 완화 요구
"회계 조작·은폐 등 막으려면
시스템 강화해도 모자랄 판"
해외 IB도 지정감사제 긍정적
10일 '회계제도' 공청회 촉각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2019년 도입된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중대기로에 섰다. 기업 부담 증가를 이유로 폐지 또는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도입한 지 4년 만에 완화하면 결국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염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회계개혁 평가 개선 추진단'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감사인과 피감기업 유착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돼 감사 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한 회사가 6년 동안 동일한 감사인을 선임한 경우 이후 3년간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기업이 특정 감사인에게 오랫동안 감사를 받다가 회계조작이나 은폐 등의 유인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2019년 발효돼 2020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됐다.

일단 재계도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감사인 독립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강제적 지정에 따라 감사인 적격성 하락, 경쟁 유인 약화 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제도를 폐지하거나 전문성·독립성이 조화된 새로운 제도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지정감사제보다는 내부 고발과 감리 강화, 감사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은 자유수임제를 적용하고 있고, 영국은 회계법인 감독 강화와 감독체계 개편 등 시장작용을 통한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상장사의 회계 투명성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한 제도를 불과 4년 만에 바꾸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감사인 독립성 보장이 여의치 않아 벌어진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고, 전반적인 회계시스템을 견고화하기 위해 도입한 신외감법은 고작 4년 된 시점에 제도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회계업계는 "힘겹게 회계 투명성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제도를 후퇴시키자는 얘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나 우리은행 같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횡령 사건 등으로 회계시스템 강화를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과거로의 회귀는 제도의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비교적 객관적 위치일 수 있는 해외 투자은행(IB) 측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주기적 지정감사제 개선책을 위해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업계 간담회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해외 IB들은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해외에 없는 제도지만 한국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보완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은 회계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 "한국의 회계 투명성 순위는 최하위에서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 중위권 수준도 안 된다. 글로벌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국격에 맞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기적 지정감사제의 조정은 최근 노조의 회계 투명성까지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10일 회계학회가 주최하는 '회계개혁제도 평가 및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회계학회 주제 발표가 끝난 뒤엔 상장사협의회, 회계법인, 공인회계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토론 패널로 참여한다.

[김명환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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