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아이들은 미래에서 왔다

2023. 2. 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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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이들은 꿈이 없어!"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지인 중 한 분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가지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면서도 "아이가 시키는 것은 잘하는데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고민"이라면서 아이가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한다. 필자가 만난 아이들도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딱히…"(딱히 없다는 말의 줄임말)라고 대답하곤 하였다. 가끔 예외적으로 장래 희망을 말하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의사, 치과의사 또는 변호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연 요즘 아이들은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말고는 정말 꿈이 없는 것일까?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 "○○야, 만약 네가 서른 살이라고 상상해봐, 그것이 무엇이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어. 그러면 넌 서른 살의 네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면 제일 행복하고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묻자 아이들은 서른 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답을 하였다. 농구선수, 스포츠 에이전트, 축구선수, 요리사, 천체물리학자, 대통령, 방송 시나리오 작가, 작곡가, 뮤지컬 배우, 소설가, 역사 선생님 등등….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아이들은 왜 장래 희망을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잘 하지 않는 것일까? 몇몇 아이들과 이야기한 바에 의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흔히 의례적으로 이런 질문을 할 뿐 실제로는 그다지 관심도 없고, 또 그 꿈을 그대로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한 아이는 부모의 지인이 장래 희망을 묻기에 천체물리학자라고 대답했는데, "천체물리학자는 돈도 잘 못 버는데 괜찮겠어?"라는 말을 들었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아이는, 엄마 아빠가 싫어한다고 했다. 노벨상이 꿈인 아이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상위 0.0001% 이상으로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네가 할 수 있겠니?"라는 걱정인지 핀잔인지 모를 코멘트를 어른으로부터 들었다.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40대, 50대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10대 아이들은 세계 GDP 순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기성세대가 모르는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다. 따라서 과거의 좁은 안목으로 미래 세대의 삶을 감히 예측하고 평가하고 걱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쭙잖고 주제넘은 일이다. 예를 들어 천체물리학은 첨단 데이터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고, 미래에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인 우주산업과 연관돼 있다. 또한 부모 세대 요리사의 사회적 지위와 미래 세대 요리사의 사회적 지위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요리의 원리를 열심히 연구하다가 식품공학자나 화학자가 될지, 아니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미래를 개척할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기성세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꿈을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응원하는 것뿐이다. 설령 그것이 직업으로 삼기에 부모(또는 보호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돈벌이가 좋지 못할 것 같아 보여도, 아이가 이루기에 힘들고 어려울 것 같아 보여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우리 어른들은 모른다. 오히려 미래에서 온 그들(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윤정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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