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저출산 문제, 더 진지해지자

입력 2023. 2. 8. 17:21 수정 2023. 2. 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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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출산율 36% 하락
전쟁 빼고 이런 전례가 없어
5년 만의 국민연금 재정추계
2050년 출산율 1.21명 잡아
그 낙관적 예상 근거는 뭔가

우리는 저출산 문제를 진짜로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 말로는 심각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런지 의문이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안 낳는 국가가 되었다.

더 놀라운 점은 2015년만 해도 그나마 1.24명이었는데 불과 7년 만에 36%나 더 하락했다는 것이다. 대규모 전쟁 중이던 기간을 제외하고 이 정도로 출산율이 급락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비상음이 곳곳에서 터질 듯도 하련만 기사나 칼럼에서 주기적으로 다루는 것 외에 위기의식이 그리 체감되지 않는다. 외국의 학계나 언론도 관심이 많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까지 한국의 출산율을 걱정하는 판인데 말이다.

저출산 예산을 이미 수백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 50조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 중에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직접 사용되는 예산은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뭔가 대단히 해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것이다. 출산 부부에게 고액의 대출 탕감 등 파격적 혜택을 주는 '헝가리 모델' 얘기가 나온 것도 그 정도의 진심은 필요하다는 주장일 것이다. 그마저도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면서 순식간에 소비돼버렸다.

어떨 때는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오히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연금개혁의 추진 과정을 봐도 그렇다.

국민연금은 젊은이들이 적립하면 노령층이 타가는 구조여서 저출산·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5년 만에 새로 나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는 기금 고갈 시점을 종전보다 2년 앞당긴 2055년으로 예측하였다. 그동안 출산율이 경악할 정도로 급락한 것에 비하면 많이 앞당겨지지는 않은 셈이다.

이유는 출산율의 하락 추세가 곧 반전해서 2050년 1.21명까지 회복되리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 지금처럼 낮은 출산율이 계속되겠느냐는 희망 이외에 특별한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당분간은 물론 어쩌면 영원히 출산율의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겪어왔고, 중국도 작년부터 인구 감소 추세로 들어섰다. 올해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되는 인도의 출산율도 겨우 인구가 유지되는 수준까지 이미 낮아졌다.

여러모로 우리와 유사점이 많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의 출산율 하락은 특히 심각해서 대표적 고령화 국가라는 일본이 1.3명으로 가장 선방하는 수준이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을 필수가 아닌 부담이라고 느끼는 추세가 일반화되는 현상도 반전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출산 장려를 위한 예산을 대폭 늘리자는 뜻은 아니다. 진지하게 접근하면 대규모의 예산 투입은 오히려 답이 되기 어렵다. 미국의 출산율을 현재보다 20% 올리려면 아이 1명당 평균 1억원씩은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 모르긴 하나 우리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가 필요할 것이다.

출산율 저하의 가장 직접적 문제가 미래의 재정 부담 증가인데 이를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접근이기도 하다.

그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각종 문제에 대응하면서 그동안 고려되지 않은 다양한 수단도 통합적으로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제도, 정년제도, 결혼제도, 이민정책, 자동화의 촉진 등 검토할 목록은 짧지 않다. 연금도 단지 더 내고 덜 받게 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저출산이냐 저출생이냐는 한가한 용어 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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