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상 최대 실적 낸 금융사, 결국 주주환원 늘렸다

정민하 기자 2023. 2.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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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 등 주요 금융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9일 실적을 발표하는 하나금융지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 덕을 함께 봤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경쟁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8일 사상 최대 실적을 1년 만에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7일 실적을 공개한 KB금융지주 마찬가지다. 특히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6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1위 금융지주 자리를 탈환했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0.1% 증가한 4조410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4조원을 넘은 것은 2년 연속이다. 우리금융은 22.5% 증가한 3조1700억원을 기록하며 ‘3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하나금융은 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시장에선 전년보다 4.0% 증가한 3조67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올해 주요 금융그룹의 공통점은 배당·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금리 상승기 금융사가 연이어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는 정부와 주주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3년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선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등 제도개선이 올해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되기도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총주주환원율을 이전보다 높인 것이다. 배당을 늘리는 것보단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서다. 금리 상승으로 예대마진이 늘어난 일시적 이익 증가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행보다. 이들 그룹은 또 ▲KB금융 13.0% ▲신한금융 12.0% ▲우리금융 12.0% 등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에게 적극 환원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2022년 총주주환원율을 전년보다 7.0%포인트(p) 늘어난 33.0%로 결의했다. 현금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은 26.0% 그대로 유지하지만, 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식이다. 배당금은 주당 2950원으로 전년(주당 2940원) 대비 10원 늘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30.0%로 각각 전년보다 4%포인트, 4.6%포인트씩 늘렸다. 신한금융 배당성향은 26.0%에서 22.8%로 낮아졌지만,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상·하반기 각각 1500억원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배당금은 주당 2065원으로 전년(주당 1960원)보다 105원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분기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40.0% 수준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배당 성향을 매년 30.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2분기 이후 순이익 중 4.0%만큼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우리금융의 배당성향은 2021년 25.3%에서 지난해 26%로 0.7%포인트 높아졌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분기배당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역시 같은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2021년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25.6%, 배당성향은 26.0%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금융주의 지속 가능한 주주환원율 상한은 30~35%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 “상대적으로 자본비율 여유가 있는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좀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러나 시장에선 올해는 금융사들이 전년만큼 좋은 실적을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각 그룹의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KB금융은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3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 감소했다. 전 분기보단 69.7% 급감한 수치다. 신한금융도 전년 동기 대비 28.9% 감소한 3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 역시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4.2%, 직전 분기보단 43.6% 준 51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그룹들은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을 통한 내부적인 주주환원 정책 강화 필요성에 의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의 7대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무시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라며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한 만큼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이익을 주주에게 얼마나 돌려주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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