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곳은 지진 안 났잖아요”···‘튀르키예 여행 OK’라는 여행사

강은 기자 입력 2023. 2. 8. 16:42 수정 2023. 2. 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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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자들 “어찌 여행 즐길 수 있겠나”
여행사 “변경 불가·취소 땐 위약금”
외교부는 “개입할 방법 없다” 손 놔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마나스 엘비스탄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7일(현지시간) 응급요원과 주민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EPA연합뉴스

튀르키예에 강진이 발생한 지난 6일, 김지현씨(33)는 여행사에 전화부터 걸었다. 사흘 뒤 튀르키예 여행이 예정된 터였는데 상상하지 못한 대규모 재난 소식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수차례 통화에도 여행사는 “일정은 정상 진행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김씨는 8일 “너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쳐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겼을 텐데 이 상황에서 여행을 간다는 건 도의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여행사는 ‘진앙지에서 떨어진 곳이라 괜찮다’고만 한다”고 했다.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뒤 튀르키예 여행 취소를 문의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행사 측은 ‘여행 일정을 취소하려면 약관에 따라 개인이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지진으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친 상황에서 여행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오는 9일부터 시작되는 7박9일 여행패키지 상품이 예약돼 있다는 김씨는 “튀르키예 전국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겉으로는 ‘형제의 국가’라는 우리가 마음 편히 여행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우리도 불과 몇달 전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오는 17일부터 9박10일 가족여행을 계획했던 A씨(43)도 “800만원 가량의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여행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여행사에서는 ‘걱정말라’고 하지만 여행 일정에는 외교부가 여행주의경보를 내린 지역도 포함돼 있다”면서 “여행사가 예약금을 환불해 준다면 차라리 그 돈을 튀르키예 수습 비용으로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7일 튀르키예 동남부 중 일부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카흐라만마라쉬, 말라티야, 아드야만, 오스마니예, 아다나, 하타이 등 6개 주에는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가, 디야르바크르, 샨르우르파, 가지안텝, 킬리스 등 4개 주에는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가 발령됐다.

수백만원의 위약금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민도 상당수다. 9일 튀르키예행 비행기표를 예약한 김유정씨(37)는 “여행사가 이 일을 천재지변이 아니라 개인 불안에 의한 취소로 보고 있는 게 문제”라며 “여행사와 외교부에 40통 넘게 전화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했다.

이날 통화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여행을 아예 금지하는 등 강제 조처를 내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행사 차원에서 (손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 취소 등은 항공사 약관에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개입할 방법이 없다”면서 “여행경보를 내리더라도 국민에 대한 ‘권고’ 사항일 뿐 여행사에 어떤 조치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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