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무부, ‘비동의 강간죄’ 부처 협의 땐 명시적 반대 안했다

이주빈 2023. 2. 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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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최근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법무부 반대로 반나절 만에 입장을 철회한 가운데, 발표에 앞서 부처협의 과정에서 법무부가 이 사안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관련한 계획안에 '검토'라는 수정 의견을 달 것을 제시하며 그 이유로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입법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포함하여 성폭력 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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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들머리의 모습.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여성가족부가 최근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법무부 반대로 반나절 만에 입장을 철회한 가운데, 발표에 앞서 부처협의 과정에서 법무부가 이 사안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8일 〈한겨레〉가 확보한 법무부의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보면, 법무부는 여가부의 양성평등정책 계획안에 담긴 여섯가지 법 개정·신설 계획에 대해 다섯개 항목엔 ‘개정 검토’, ‘신설 검토’ 의견을, 1개 항목엔 ‘삭제’ 의견을 냈다. 법무부가 개정 검토 의견을 낸 항목은 강간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여부로 바꾸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청소년성보호법에 명시된 성적수치심이라는 단어를 개정하는 것 등이다.

법무부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과 관련한 계획안에 ‘검토’라는 수정 의견을 달 것을 제시하며 그 이유로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입법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포함하여 성폭력 범죄 처벌법 체계 전체에 대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 법무부에서 제안한 다섯 군데 ‘검토’ 표현 추가를 여가부가 수용했다.

이에 여가부는 법무부 의견을 반영해 지난달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비동의 강간죄’ 등과 관련해 법무부가 밝힌 대로 ‘검토’라는 문구를 달아 ‘도입 검토’라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6시간 뒤 법무부는 여가부가 발표한 내용 가운데 ‘비동의 강간죄’ 내용에 대해서만 “개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법무부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은 반대 취지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동의 강간죄와 관련한) 법무부의 검토 의견 전체 맥락을 파악하면 반대 취지인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여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법무부는 반대 의사가 명확한 사안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 표시를 하고 있다. 가정폭력처벌법 목적을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 보호’로 개정을 검토한다는 등의 ‘가정폭력 관련 법률 개정’ 계획에 대해 법무부가 ‘삭제’ 의견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메타버스 등 성적 이미지를 이용하지 않은 행위로 사람을 성적 대상화 해 괴롭히는 표현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하는 안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필요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법무부가 부처협의 때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논의한 내용을 뒤늦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정책 용어상 ‘검토’는 하나의 사회적 약속이고 정책 단계이자 국제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정책 과제를 심화하기 위해 준비를 하자는 하나의 좌표인데, 법무부가 이 의미를 모두 뒤집어 놓았다. 법무부는 입장을 바꾸면서까지 ‘젠더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결정을 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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