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의 지난함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TV와치]

박정민 2023. 2. 8. 16: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기차가 달리고 있다.

레일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는데, 트롤리가 이대로 달린다면 5명은 반드시 죽게 된다.

방법은 레일변환기로 트롤리 방향을 바꾸는 것뿐인데 다른 레일 위에는 1명의 인부가 서 있다.

이에 더해 지난 2월 7일 방송된 '트롤리' 14회에서는 남중도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던 이웃이자 김혜주와 허물없는 사이인 현여진(서정연 분)이 남중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반전이 공개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박정민 기자]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 기차가 달리고 있다. 레일 위에는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는데, 트롤리가 이대로 달린다면 5명은 반드시 죽게 된다. 방법은 레일변환기로 트롤리 방향을 바꾸는 것뿐인데 다른 레일 위에는 1명의 인부가 서 있다. 그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극본 류보리/연출 김문교)에서 김혜주(김현주 분) 딸 남윤서(최명빈 분)는 김혜주에게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설명하며 엄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묻는다. 김혜주는 큰 고민 없이 방향을 바꿀 거라고 답하고, 남윤서는 김혜주에게 되묻는다. 만약 5명을 살리고 대신 죽을 1명이 남편인 남중도(박희순 분)라면 어떻게 할 거냐고.

'트롤리'는 트롤리 딜레마에 성범죄를 녹인다. 주인공 김혜주는 학창시절 진승호(이민재 분)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을 뻔했다. 이를 경찰에 신고하자, 진승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가해자는 진승호지만 피해자인 김혜주가 고통받는 날들이 계속된다. 진승호 어머니 이유신(길혜연 분)은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매몰돼 김혜주 때문에 아들이 죽게 된 거라고 거짓말한다. 결국 피해자인 김혜주는 이름까지 바꾸고 자신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 생활하게 되지만, 다시 나타난 진승호 가족은 끊임없이 김혜주를 괴롭힌다.

김혜주가 겪은 상황들은 도처에서 되풀이된다. 여대생 남궁솔은 스토킹 피해에 괴로워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풀려난다. 국회의원인 남중도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며 관련 처벌법 강화를 주장한다. 그러자 가해자인 의대생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래서 남중도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성범죄 가해자가 사망해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남중도 아들 남지훈(정택현 분) 아들을 임신했다고 찾아온 김수빈(정수빈 분) 역시 성폭행 피해자였다. 이에 더해 지난 2월 7일 방송된 '트롤리' 14회에서는 남중도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던 이웃이자 김혜주와 허물없는 사이인 현여진(서정연 분)이 남중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반전이 공개됐다.

결국 딸이 김혜주에게 물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김혜주가 자신과 같은 피해자 여러 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했던 남편 남중도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트롤리'에서 이 모든 과정은 지난하게 그려진다. 비밀을 품고 있는 대다수 인물들은 의뭉스럽고, 사건은 큰 진전 없이 제자리를 맴돈다. 드라마를 볼 때까지 답답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요즘 시청자들에게 '트롤리'는 더없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하지만 '트롤리'의 지난함은 현실 속 성범죄 문제를 겪는 피해자들이 보내는 시간들과도 닮아있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 위해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고, 주변의 시선까지 견뎌야 한다. 그래서 빠르고 속 시원한 전개가 환영받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드라마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가치있게 느껴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사진=SBS '트롤리')

뉴스엔 박정민 odult@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