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매사냥은 불확실성이 묘미···매사냥 체험장 가보니[현장에서]

윤희일 기자 2023. 2. 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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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매 한 마리를 손 위에 올려놓고 매사냥 시연에 나서는 박용순 응사. 윤희일 선임기자

지난 4일 오후 대전시 동구 효평동에 있는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전수체험학교. 10m 높이의 T자 모양의 횃대 위에 앉아있던 참매 한 마리가 5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박용순 응사(매를 이용해 사냥하는 전문가·65)의 손에 들려있는 가짜 꿩을 보더니 그를 향해 날았다.

박 응사가 가짜 꿩을 하늘 높이 던지자 참매가 달려들어 가짜 꿩을 잡아챈 뒤 땅에 내려앉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매 사냥을 실제로 지켜본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박 응사는 “어린이 등에게 매가 살아있는 꿩이나 토끼 등을 잡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가 없어서 가짜 꿩을 이용해 시연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참매가 박용순 응사가 던져준 가짜 꿩을 잡아채는 모습. 박 응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매와 인간’ 화면 캡처

매 사냥은 참매 등 맹금을 길들여 야생의 사냥감을 잡는 전통 사냥법이다. 약 4000년 전부터 겨울철에 주로 행해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60여개 나라에서 행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매 사냥의 전통은 한국·몽골 등 여러 나라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신청해 2010년 등재됐다.

이날 매 사냥 시연에는 참매 4~5마리가 동원됐다. 참매들은 박 응사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야생에서 잡아 같이 생활하면서 순치시킨 새들이다.

시연 도중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박 응사가 횃대 위에 앉아있는 다른 참매들을 부르자 2마리가 연달아 산 속으로 휙 날아가버린 것이다. 박 응사는 즉시 산 속으로 들어가 매를 불렀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쿠, 이걸 어쩌나.”

이 광경을 지켜보던 참가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박 응사는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매의 신경이 예민해진 것 같다”라며 “매는 야생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날아가버릴 수 있다. 이 ‘불확실성 속의 가능성’이 매 사냥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이날 체험에는 미리 예약신청을 한 가족 단위 고객 1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황조롱이(가장 작은 매) 먹이주기도 체험했다. 참가자들이 가죽 장갑을 손에 낀 채 고기 등 먹이를 들고 황조롱이를 부르자 줄에 매여있는 황조롱이가 날아와 손 위에 내려앉았다.

체험에 참여한 황나래씨(41·대전 유성구)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연을 느낄 기회가 없었는데 가족들과 함께 매 사냥을 직접 체험해보니 신선했다”고 말했다.

박 응사는 산 속으로 달아났던 매 2마리 중 1마리는 행사가 끝난 이날 오후에, 다른 1마리에 대해선 이튿날 다시 불러왔다고 밝혔다. 오랜 세월 매들과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매사냥체험에 참가한 이리안양(7·왼쪽)이 자신의 팔에 올라온 황조롱이를 바라보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현재 국내에서 매사냥을 할 수 있는 ‘응사’는 극소수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매사냥 전문가는 대전에서 활동하는 박 응사와 전북 진안의 다른 응사 1명 등 2명에 불과하다. 두 사람은 시·도의 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박 응사는 1985년 처음 매사냥을 시작해 37년 동안 매사냥 기술을 익혀왔다. 어릴 적부터 매사냥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군 제대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강종석 응사(충남 금산에서 활동하다 2004년 작고)로부터 매사냥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 응사는 대전 동구 등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10일 한국전통매사냥 전수체험학교를 열어 제자들과 함께 매사냥 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제자는 20여명으로, 체험학교에는 참매·보라매·송골매·황조롱이 등이 있다. 일반인을 위한 매사냥 체험프로그램은 이달 17일부터 3월 1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박 응사는 “주로 겨울철에 제자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실제 매사냥을 연마한다”며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매 사냥의 전통을 꼭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자신과 함께 사냥에 나서는 참매와 교감을 나누는 박용순 응사. 박 응사는 “매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와 사람의 깊은 신뢰관계”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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