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딸 김주애, 열병식 전날 등장···“존경하는 자제분” 위상 강화

박광연 기자 2023. 2. 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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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인민군 연회 참석
ICBM 발사·기념 이후 세번째 등장
‘사랑→존귀→존경하는’ 호칭 격상
일각엔 후계자설···‘후대 안전’ 상징
이날 대규모 열병식, 신형 무기 관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앞줄 가운데)와 함께 지난 7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와 군 지휘관들을 치하했다. 김주애는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불리는 등 위상이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 후계자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후대 안전을 위해 국방력 강화에 천착한다는 김 위원장 리더십의 상징적 존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진행될 대규모 열병식에서 전술·전략핵 미사일 관련 신형 무기가 등장할 지 등도 관심사다.

김 위원장이 전날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지휘관 숙소를 방문하고 기념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밝혔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존경하는 자제분과 함께 숙소에 도착하시자 국방성 지휘관들과 조선인민군 대연합부대, 연합부대 군정지휘관들이 가장 뜨거운 경모의 정을 안고 영접하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다음날 군 지휘관들을 만나는 등 군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군사적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연회에서 “불사신 같이 투쟁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항상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나는 나라가 어려울 때면 언제나 우리 군대부터 찾았다” “우리 군대와 생사운명을 함께 할 결심을 다질 때면 나는 무한한 행복에 빠지곤 한다”며 군 지휘관과 장병들을 대대적으로 치하했다.

김주애와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도 연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석상에 등장한 김주애 모습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과 ICBM 발사 공로자 기념촬영 현장에 이어 세 번째다. 김주애는 김 위원장과 함께 미사일 기지 내부를 둘러보는 장면이 새해 첫날 조선중앙TV에 공개된 바 있다. 리 여사는 화성-17형 ICBM 모습의 은색 목걸이를 착용하며 발사 성과를 과시했다.

김주애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호칭은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표기됐다. 지난해 11월 ICBM 발사 현장과 ICBM 발사 공로자 기념사진 현장을 다룬 보도에서 각각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표현된 것과 비교하면 존칭 수위가 높아졌다. 김주애가 리 여사와 김 위원장 사이의 중앙에 앉아있으며 그 뒤로 박수일 군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전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장성들이 서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일반 간부들에게도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김주애 개인숭배를 의도적으로 조장했다”며 “김정은이 김주애 손을 잡고 다정하게 연회장에 들어가는 사진,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 김주애를 앉힌 사진 등을 고려하면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반면 김주애를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단언하긴 이르다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 위원장이 후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력 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상징적 존재로 김주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김주애가 공개된 장소가 ICBM 등 미사일과 군 관련 장소였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김주애를 공개해 인민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친근한 지도자 느낌을 풍기며 충성과 내부 결속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며 “미래세대의 안전은 확실히 지켜내겠다는 안정감과 신뢰감을 인민들에게 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통화에서 “호전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가 부각됐던 과거와 달리 김주애를 통해 미래세대 안전을 담보한다는 방향으로 무기 개발 이미지를 변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연회 연설에서 “이 땅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진정한 융성과 발전을 위하여, 후손만대를 위하여 우리는 참으로 많은 고통과 아픔을 감내하며 마침내 위대하고 절대적인 힘을 키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분석과 맞닿아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조국의 무궁한 번영과 인민의 안녕을 위함에 목숨까지 다 바쳐 언제나와 같이 용감해주리라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고 군에 충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 집권 초기 군총정치국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다가 2017년 해임됐던 황병서 전 당 부부장이 연회에 등장한 점도 주목된다. 차수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김 위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은 그가 과거 위상과 유사한 수준으로 복권됐음을 시사한다. 홍 실장은 “(군부 1인자였던) 박정천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황병서가 어떤 역할을 할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평양에서 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은 군 창건일의 의미를 강조해온 만큼 역대급 규모가 예상된다. 전술·전략핵 관련 미사일 등 신형 무기체계의 등장, 이미 ‘강 대 강’을 선포한 김 위원장의 대남·대미 메시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오는 9일 북한 공식매체 보도를 통해 구체적인 열병식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지난 7일 딸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장병들의 숙소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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