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익숙했던 맛, 돔 페리뇽…"이건 뭐지?" 놀란 샴페인도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김기정 전문기자(kijungkim@mk.co.kr) 입력 2023. 2. 8. 16:12 수정 2023. 2. 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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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샹파뉴 샴페인 시음회
WSA 시음회에 나온 샴페인. 왼쪽부터 폴 로저, 앙리 지로, 돔 페리뇽, 크룩, 볼랭제.

'샴페인은 향으로 마신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맛보다는 '향'이 샴페인 가치의 80~90%를 차지합니다 .

샴페인 '향'에 관한 개인적인 흑역사도 있습니다. 중식 메뉴인 '마파두부'와 함께 돔 페리뇽 P2를 딴 적이 있습니다. 마파두부의 강한 향 때문에 돔 페리뇽 P2의 향을 전혀 맡을 수 없었습니다. 일반 돔 페리뇽보다 돔 페리뇽 P2는 2~3배나 비쌉니다. 돔 페리뇽P2를 '정식당'에서 '잔'으로 한번 마셔보고 '향'에 반해서 '거금'을 주고 샀는데 향이 강한 음식과 섞어 마신 겁니다. 지금도 두고두고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정식당은 음식도 맛있지만 돔 페리뇽 P2를 합리적인 가격에 '잔'으로 마실 수 있는 매우 드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참고로 돔 페리뇽 P3는 한 병에 1000만원이 넘습니다.

샴페인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향'을 빼놓고는 맛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탄산감 때문에 미각이 아주 예민하지 않으면 맛과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소위 말하는 '비싼' 이유를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레드 와인이 가격과 맛의 진폭이 가장 크고, 이어 화이트 와인, 샴페인 순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왜 이 샴페인이 비싼지를 설명하라면 논리적으로 자신 있게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물론 '달달한' 저가 스파클링 와인은 논외로 치고요.

지난 연말에 WSA에서 주최한 샴페인 테이스팅에 참가했습니다. 폴 로저, 앙리 지로, 돔 페리뇽, 크룩, 볼랭제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유명 샴페인 5종류를 시음할 수 있는 기회라 다소 높은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티켓 구매를 신청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고급 샴페인을 한자리에서 마셔보는 비교 테이스팅의 기회는 더더욱 즐거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기회였던 만큼 일찍 마감이 되더군요. 테이스팅 당일 저녁 선약이 있어 일정을 조정하는 사이에 '마감'이 돼버렸습니다. 이들 샴페인은 소매가격이 한 병당 30만~40만원씩 하는 것이어서 쉽게 마시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몰렸던 것 같습니다. 원래 원하던 것을 못하면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시음일이 거의 다 돼서야 "한 명이 취소해서 대기가 풀렸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시음은 먼저 블라인드 테이스팅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다섯 가지 샴페인 중 돔 페리뇽은 그나마 맛을 구분하기 쉬웠습니다. 가장 익숙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테이스팅 노트에 '치우침 없이 균형 잡힌 맛'이라고 적어 놓았네요. 복숭아 맛도 나고 곡물의 스모키한 맛도 났습니다. 폴 로저는 다소 산미가 있어 식전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포만 제외하면 산미가 있는 화이트와인이 떠올랐습니다. 앙리 지로는 이날 테이스팅한 샴페인 중 가장 독특했습니다. 향만 맡으면 디저트 와인이라 느낄 정도로 달달한 향이 코끝을 감쌌습니다. 하지만 마셔보니 여러 가지 레이어의 맛이 느껴지는 신세계를 보여줬습니다. 스파이시하면서도 건조 과일의 달달함이 층층이 '맛'을 물고 나왔습니다. 크룩의 특징은 '미네랄' 맛이었습니다. 이스트향, 굴향도 있구요. 크룩 역시 여러 가지 레이어의 맛이 특징입니다.

샴페인은 기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앙리 지로는 샴페인의 기포량이 다른 샴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는데 다른 참가자들의 잔을 보니 저만 기포가 적었습니다. 이 경우 잔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샴페인 잔이 깨끗하지 않으면 기포가 적습니다. 그만큼 예민합니다.

볼랭제는 '약간 물 탄 맛'이라고 제 와인 노트에 적었네요. 고급 테이블 와인 같다는 느낌을 적었는데 생각해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통상 테이블 와인은 가장 저렴한 와인을 뜻하는데 '고급'이라니. 자몽맛, 생강맛에 달달함도 느껴집니다. 달달함 속에서 '테이블 샴페인'의 느낌이 들었다가 그 뒤에 숨어 있는 자몽과 생강 맛이 주는 복합미에 '고급'이란 표현을 쓴 듯합니다.

샴페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짭조름함'입니다. 샹파뉴 지역이 바다에 잠겨 있었던 테루아르의 특징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와인업계에서는 앞으로 샹파뉴에 주목할 것을 주문합니다. 샴페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르고뉴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부르고뉴 가격상승 속도에 비해 샹파뉴가 그에 못 미쳤지만 부르고뉴에 이어 땅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샹파뉴 역시 자산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투자처라고 합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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