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시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논란 지속

윤영혜 기자 2023. 2. 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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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종사자 보호 장치 vs 의사 처벌 면제 특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의료인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위한 '특례법 제정 검토'가 언급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필수의료 선택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환자단체는 의사에게 처벌 면제 특권을 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 브리핑에서 비의도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한해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소송 부담은 높은 업무강도, 낮은 수가와 함께 소아청소년과·내과·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필수의료분야 기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필수의료분야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 소송 부담이 크다.

● 의사단체 “필수의료 종사자 보호장치 마련된 것”

의료계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필수의료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공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반색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료인의 형사소송 부담 완화는 필수의료분야라는 한정된 영역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특정 영역에서만큼은 의료인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공감 차원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 '특례법’이라고 언급되다보니 의사들에게만 특혜를 준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비위를 저지른 의사를 면책해 주자는 게 아니다“라며 ”과실이 있다면 오히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 몇초만에 생명이 오가는 영역에서는 의사 개인이 책임을 지기에 리스크가 너무 커 사회가 함께 보호하자는 취지로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의사들이 필수의료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환자를 살릴 확률이 10%만 넘어도 수술을 시도했는데 요즘은 잘못했다가 소송을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소시민으로서의 의사는 이런 부분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아무리 사명감으로 일을 시작했어도 소송 두 번만 겪으면 가운을 벗게 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선택에만 맡기면 필수의료가 계속해서 방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특례법으로 언급됐지만 당연히 사회적 합의 후에 추진될 것“이라며 ”입법화된 이후 의료 현장에 적용됐을때 무리가 있다면 개정을 통해 조정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 환자단체 ”기울어진 운동장 심화…환자들 고통받는 정책“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번에 발표된 필수의료지원대책을 두고 “환자들이 고통받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필수의료인력 부족으로 피해는 환자가 보고 있는데 의사인력 확충 등 핵심 대책은 마련돼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례법 제정을 언급해 정부가 환자 보호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는 “이 부분은 빼야 한다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했다”며 “발표 당시에는 특례법 제정으로 언급돼다 요즘은 의료인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정도로 언급되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들이 형사고소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진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듣고 사과도 안 하니까 분노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근거가 없는 데다가 의료인의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입증 근거도 없어 환자가 오롯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또 "환자 처지에선 의료사고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의료소송시 대부분 패소하는 상황에서 특례법 제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심화시키는 길"이라며 형사소송 부담 완화를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이 아닌 의료인 의료사고 설명의무법,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법 도입 등을 제안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 형사처벌 완화 부분은 기존에 논의된 내용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일단 방향성만 필수의료지원대책에 담은 것”이라며 “세부 내용은 의료기관정책과에서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영혜 기자 y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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