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급식소’ 갈등…다른 나라는 어떻게 해결할까

김지숙 2023. 2.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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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서울시 ‘올바른 길고양이 돌봄방안 마련 위한 회의’ 개최
급식소 관리 민원 많아…“등록제 등 해외 사례 참고해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주택가 담 위에 앉아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동네 길고양이 돌봄을 동물보호활동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고양이 급식소 설치, 겨울집 관리 등을 두고는 여전히 주민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로의 불편을 줄이고 동물과 인간이 건강하려면 어떻게 돌봐야 할까.

길고양이 민원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 6일 서울시 동물보호과가 개최한 ‘올바른 길고양이 돌봄방안 마련을 위한 동물보호 관계자 회의’에서는 주된 갈등 요인과 이를 해소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날 간담회는 동물보건팀 배진선 팀장의 ‘서울시 길고양이 정책 현황 보고’와 한국성서대 김성호 교수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길고양이 돌봄 2.0’ 발제에 이어 동물보호단체들의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서울시 동물보호과는 2015년부터 시내 공원에 직영 급식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급식소는 지침과 달리 운영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배진선 팀장은 “지속적인 중성화를 통해 길고양이 개체수는 감소 추세지만 길고양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길고양이 관련 갈등은 과거 소음, 쓰레기봉투 훼손 등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급식소 위생, 확장 등과 같은 돌봄 방식에 대한 민원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원 내 길고양이 먹이주기와 관련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2015년부터 시민단체와 협력해 서울시내 8개 공원에 직영 급식소 52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직영 급식소는 영역 고양이 중성화율 70%이상, 청결 유지 등을 설치 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일부 급식소는 형태를 과도하게 확장하거나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사료급여로 까치, 비둘기, 너구리 등의 야생동물을 유입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 직영 공원 급식소뿐 아니라 민간단체, 시민이 운영하는 급식소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해외에선 ‘캣맘 등록제’ 운영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나라는 이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김성호 교수는 해외 길고양이 돌봄 정책과 케어테이커(캣맘·캣대디 등 고양이 돌보미) 규정 사례를 바탕으로 영역 중심 관리(Colony Care)와 ‘캣맘 등록제’를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6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올바른 고양이 돌봄방안 마련을 위한 동물보호 관계자 회의’에서 한국성서대 김성호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캣맘 등록제란, 길고양이 돌보미가 관리 영역을 정해 지자체 혹은 동물보호단체, 수의사단체에 등록하게 하고 돌봄 방식을 표준화 하는 것을 말한다. 돌보미에게 중성화(TNR), 백신접종을 의무화 하거나 급여시 준수사항 등을 필수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미국 플로리다주 폼파노비치,  조지아주 아테네, 뉴욕시 등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각각 가이드라인은 다르지만 일관되고 체계적인 돌봄을 목적으로 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 농식품수의청(VAV)는 동물단체 두 곳과 협약을 맺고 4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 내 5개 동물병원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시민들도 단체에 돌보미(Caregiver)로 등록해 영역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의 폼파노비치 카운티에서는 사유지가 아닌 곳에서 고양이를 돌볼 때는 반드시 돌보미 등록을 해야 하고, (캣맘에 의한) 중성화·백신접종 등을 의무화 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길고양이가 인근 주민이 두고 간 사료를 먹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 교수는 “길고양이 먹이주기는 반드시 중성화화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새끼 고양이가 더이상 태어나지 않게 돼 영역의 분포밀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서울시 길고양이 서식현황 모니터링 및 적정관리방안 조사’(조윤주 교수)를 인용해 길고양이 갈등이 높은 곳은 서식밀도가 높고 중성화율이 낮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수의학협회(AVMA) 또한 중성화(TNR)가 안된 고양이의 먹이주기를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 해소에만 중점 둬선 안돼”

서울시는 이날 논의된 여러 방안을 바탕으로 돌봄기준 확산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배진선 팀장은 “우리가 길고양이를 잘 돌봐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을 한다. 다만 돌보는 방식과 기준이 달라 소통이 안되는 측면이 있어 왔다. 서울시는 조례나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통해 앞으로도 깨끗하고 건강한 돌봄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6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열린 ‘올바른 고양이 돌봄방안 마련을 위한 동물보호 관계자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동물권행동 카라, 동행세상, 나비야 사랑해,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단체가 참석했다. 김지숙 기자

현재 서울시는 △돌보는 길고양이 모두 중성화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밥자리 △일정한 시간에 먹이 급여 △한 번에 먹을 분량 급여 △이웃에게 불편 주지 않기 등을 돌봄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동물권행동 카라 최민경 팀장은 “길고양이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긴 하지만 정책 자체가 갈등이나 민원 해소에 집중해선 안될 것이다. 돌봄 정책은 길고양이의 삶의 질, 복지도 함께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제 또한 섣불리 도입됐을 때 일선 시민에게 모든 책임과 문제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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