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리도 높다" 與野 압박에 속 타는 당국.. 정책금융 '보편복지' 전락 우려

김나경 2023. 2. 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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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치권·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의 정책금융 금리인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대출과 관련 "대출한도(100만원)가 적고 금리(15.9%)가 높다는 점에서 생색내기·구색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라며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 타당하고 아무리 높아도 '햇살론 유스' 금리인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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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반영 안 해놓고 이자 내리라는 정치권
與 최승재 "4%대 보금자리론 이자 더 낮춰라"
野 김병욱 "생계비대출, 15.9% 금리 가혹하다"
정치권 압박에 당국은 난감 "예산 없는데.."
정책금융이 보편복지로 전락 가능성
정책 취지 퇴색 우려.. 은행권에도 '갹출 부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김병욱 수석부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정부의 난방비 관련 현수막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02.02. 20. 뉴시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2.10.14. 연합뉴스.

고금리 상황에서 주택 구입이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30일 오후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1.30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대한 대출금리가 연 15.9%면 취약계층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금리다. (금융권의) 기부금 형태로 운영한다면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특례보금자리로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정치권이 금융당국에 "정책금융 금리를 더 낮추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으로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마냥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데다, 정책금융이 본 취지와 다르게 '복지정책'으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민간 금융영역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금융이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보편복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정치권·금융권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의 정책금융 금리인하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긴급생계비대출과 관련 "대출한도(100만원)가 적고 금리(15.9%)가 높다는 점에서 생색내기·구색맞추기용 대책에 불과하다"라며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해주는 것이 타당하고 아무리 높아도 '햇살론 유스' 금리인 3.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1인당 100만원은 한달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최소 200만원 이상으로 대출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4%대 금리로 운영 중인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도 "추가로 금리를 내려라"는 압박이 나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 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4%대 금리로 최대 5억원을 빌릴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3%대로 진입하면서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라며 "우대형에서만 적용 가능한 우대금리를 일반형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금융을 운영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난감한 표정이다. 예산 증액 없이 어떻게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내릴 수 있겠냐는 불만이다. 실제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긴급생계비대출 관련 예산 증액을 논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국고채 5년물과 주택저당증권(MBS)의 금리차 및 기타 비용을 고려해 금리가 조정될 수 있지만, 긴급생계비대출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추가로 지원하지 않는 한 당장 추가 재원마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당국뿐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여야가 관치를 넘어서 금융을 통해 정치를 한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책금융이 민간영역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은 복지정책과 다르다.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와 다르게 대출상품 등은 상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민간금융에서 하지 못하는 걸 보완하는 게 정책금융인데 지금은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전국민 지원금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금과 같이 복지성격을 갖춘 '지원금'과는 다른데 점점 지원금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 국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긴급생계비대출의 경우 사실상 이자나 원금 모두 갚지 못할 수 있다는 전제로 빌려주는 것 아니냐"라며 "50만원, 100만원의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15.9%의 높은 이자로 빌려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라고 했다.

복지와 정책금융의 경계가 흐릿해진 상황에 당국에서는 진퇴양난에 놓인 형국이다. 결국 민간금융을 보완하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게 핵심인 만큼 정치권의 압박에 일부 호응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국은 일단 긴급생계비대출 등 기존에 발표한 계획대로 상품을 출시하되 향후 재원마련 여력, 시장상황 및 금융안정 등을 고려해 금리인하 등 세부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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