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스마트홈 그 이상의 스마트 라이프

정용철 2023. 2. 8.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장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지금까지 기술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수많은 혁신이 소개됐지만 업계 최대의 화두는 여전히 '스마트홈'이다. 20년 전 스마트홈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눈부신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공상과학 영화를 보며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 봤을 미래 주거공간과 같은 스마트홈이 실현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듯하다.

지금까지 스마트홈은 집 안에서만 사용되는 한정된 조건 때문에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 정도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 또 조명을 켜거나 끄는 단순한 제어 방식과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로 소비자가 사용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 자사 중심 생태계 정책을 고집해 온 사업자 간 이기적 경쟁까지 더해졌다. 이로 인해 스마트홈 서비스는 아직도 주류 시장에 들지 못한 '기대주'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스마트홈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코노미'(집+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스마트 인테리어 같은 홈 시장 연계 디지털전환(DX) 솔루션이 대거 등장하면서 스마트홈은 재조명받게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2년 1176억달러에서 매년 12.47% 성장을 거듭, 2027년에 222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용 가구는 6억7260만명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도 스마트홈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가 2025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필자는 스마트홈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지금 기고를 통해 '스마트홈 서비스가 스마트라이프로 진화'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집 안팎을 넘나드는 스마트홈 공간의 확장

CES 2023에 스마트홈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는 '매터'(Matter) 표준을 적용한 제품이 다수 출품되면서 '초연결' 기술이 화두로 떠올랐다. '초연결'이란 기존 제품 또는 서비스가 사업자와 브랜드를 초월해 상호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여러 언어가 난립해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던 환경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과정이다. 물론 현재는 조명, 도어록, 온도조절장치 및 일부 TV에 매터 표준을 적용한 수준이다. 다만 KT·삼성전자를 포함해 구글, 애플, 아마존 등 550개 회사가 매터 표준 적용을 위한 CSA 표준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일부 기업은 인증을 마친 제품을 하나씩 출시하면서 스마트홈 공간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초연결 스마트홈 시대 도래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상황은 더욱 빠르다. 우리나라 주거 형태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아파트를 보면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구 내 조명, 보일러, 엘리베이터 등을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제어하는 'AI홈' 서비스가 보편화됐다. 여기에 입주민의 '워라밸'(Work-Life-Balance) 수요까지 더해져 단지 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같은 '커뮤니티센터'를 예약하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이제 집 안에 그치지 않고 집 밖 영역에까지 불고 있다. 스마트홈과 자동차를 연결해 집 안에서 자동차를 제어하는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를 비롯해 주문한 상품을 집 앞 현관까지 배달해 주는 '택배로봇' 서비스가 일상이 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 이를 통한 스마트홈 공간 확장은 생활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고 스마트홈 시장을 미래 주류시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스마트라이프 진화를 위한 3가지 방향성

◇AI를 통한 '서비스 질' 혁신 병행 요구

챗GPT의 세계적 열풍은 지금까지 AI 음성제어 단계에 머물러 있던 스마트홈 서비스 수준이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답변하는 AI는 스마트홈 사용성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이 될 공산이 높다.

챗GPT처럼 진화된 AI 분석기술이 생활밀착형 스마트홈 서비스에 접목된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품질을 구현할 수 있다. 글자를 입력하는 '텍스트 방식'이 목소리로 입력하는 '음성 인터페이스'로 대체됐을 때를 뛰어넘는, 진정한 '인공지능'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매일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AI가 효율적으로 학습·분석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더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는 노인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관제서비스가 현재도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노인과 감성을 담은 대화가 이뤄지고, 대화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함으로써 노인의 인지장애나 우울증 같은 건강 이상을 선제적으로 예측해서 대응하는 실버케어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이폰 출시가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활짝 연 것처럼 이제는 혁신적 AI 서비스가 스마트홈 분야에서 나타나야 한다. 초거대 AI 모델을 스마트홈에 접목하기 위해 지속적인 R&D 투자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바꿀 스마트홈 서비스를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생태계 확장

지금까지 스마트홈 이름 아래 이뤄진 수많은 시도와 기술 발전 덕에 우리 삶이 예전보다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홈 시장이 앞으로 기술 트렌드와 진화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스마트홈 사업자 단독으로 제공할 수 있는가'란 물음을 던져 보면 답은 명확하다. 시장 판을 키우려면 스마트홈 사업자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기보다 더 많은 협업으로 실질적 편익을 확대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는 미래 차세대 기술 접목이 가능해질 것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생태계가 확장되면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부터 건강 관리와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에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고객 가치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

접점이 없던 이종 산업 간 협업으로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가 탄생하는 시대다. 기술 혁신과 진보가 가속되면서 스마트홈 서비스 역시 더욱 빠르게 전환기를 겪을 것이며, 우리 역시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필자가 제시한 세 가지 방향성 모두 아직 산업적·기술적 측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숙되지 않은 스마트홈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업계·학계·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하며, 다각도의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는 '스마트홈을 넘어선 스마트 라이프로의 진화'를 위해 민·관 협력 기구인 '지능형 스마트홈 얼라이언스'를 발족하고 앞으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해결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플랫폼 기업과 디바이스 기업 간 협업을 통한 서비스 실증, 글로벌 표준 수용 등 다양한 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형 스마트홈 서비스 표준 마련을 위한 'AI스마트홈융합포럼'도 올 상반기에 출범해 업계 간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뉴스마트홈 진흥전략'을 조속히 마련, 스마트라이프 선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필자는 이어지는 기고를 통해 앞에서 제시한 세 가지 방향성의 세부 해결 방안을 순차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협회장 jae-ho.song@kt.com

〈필자〉

송재호 한국AI스마트홈협회장은 서강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KT에 1993년연구원으로 입사해 네트워크분야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를 개발했다. 2003년부터 미디어 콘텐츠 등 신사업 분야 기획 및 사업을 통해 900만 가입자를 확보한 IPTV 성장에 기여했다. 2014년부터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을 3년동안 주관했고, 2017~2018년에는 KT 통합보안사업단장으로 영상보안·정보보안·융합보안 사업을 맡았다. 2018년 11월부터는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으로 미디어 사업을 책임졌다. 2020년 12월부터 KT AI/DX융합사업부문장을 맡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네트워크 기반 DX 플랫폼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21년 제12대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