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모습은 싫어요. 그래서 못하는 쓴 소리도 할 겁니다” 신생팀의 첫 주장, 김주헌의 각오

윤은용 기자 2023. 2. 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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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티FC의 주장 김주헌이 8일 제주 서귀포의 빠레브호텔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 | 윤은용 기자



올해 처음으로 프로에 입성하는 K리그2(2부리그) 신생팀 천안시티FC는 여러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주장 선임부터가 그렇다. 보통 신생팀의 주장은 경험 많은 노련한 베테랑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천안은 그런 틀을 깨고 1997년생 수비수 김주헌(26)에게 완장을 맡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박남열 천안 감독의 선택이 김주헌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전지훈련을 통해 ‘주장의 자세’에 대해 조금씩 깨우쳐가며 변화하고 있다.

김주헌은 8일 제주 서귀포의 빠레브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형들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여러가지를 많이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헌은 용인대 졸업 후 2020년 K3리그의 창원시청에 입단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창원시청에서 뛰었던 그는 창원시청에서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박 감독을 따라 이번 시즌 프로에 입성하는 천안으로 이적했다. 태국 전지훈련을 앞두고 임시 주장을 오윤석에게 맡겼던 박 감독은 태국에서 김주헌에게 정식 주장을 맡겼다.

김주헌은 “감독님이 불러서 주장을 해보겠냐고 하셨다. 그래서 경험도 없고, 주장을 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거절했는데, 감독님이 작년에 (창원시청에서) 부주장까지 했는데 주장을 못하겠냐며 밀어붙였다”며 “차오연과 (김)종민이 형이 부주장을 맡게 됐는데, 그래도 형이랑 동생이 뒤에서 날 도와줘서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과 창원시청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김주헌은 박 감독이 뭘 원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김주헌은 “감독님의 스타일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비록 형들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전술이나 훈련 부분에서 내가 리드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모든 신생팀이 그렇듯 천안 역시 이번 시즌 험난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흐름이 좋으면 괜찮지만, 연패에 빠져 분위기가 좋지 못하면 주장이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김주헌이 주장을 맡으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쓴 소리를 하는데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김주헌은 “원래 좋은 소리는 많이 하는데 싫은 소리는 잘 못하는 성격이다. 주장이면 쓴 소리도 필요할 때는 해야하는데 걱정이 컸다. 날 잘 아는 감독님도 좋은 소리만 할 수는 없다며 할 말은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북 경산 출신의 ‘경상도 상남자’는 동계 전지훈련을 거치면서 주장으로서 조금씩 자각하기 시작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조금씩 할 말은 하면서 진정한 리더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김주헌은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시즌 중에 한 없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 생각이 다 맞는건 아니지만, 운동장에서 이건 아니다, 저건 맞다는 등 형들이든 후배들이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선수들은 변하려 애쓰는 주장의 노력에 진심을 보이고 있다. 김주헌은 “모두들 내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참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귀포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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