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들 인사받는 김정은 장녀 김주애…“4대세습 후계자 띄우기 본격화하나”

정충신 기자 2023. 2. 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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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극존칭 등 4대 세습 후계자 내정 더이상 의심의 여지 없어”
사랑하는→존귀하신→존경하는…‘金부자 초상휘장’도 착용 안해
김정은·리설주 사이 앉아 장군들 인사받아…‘후계자’ 논란 재점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을 기념해 지난 7일 딸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장병들의 숙소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숙소 방문 이후 건군절 기념연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이자 ‘백두혈통 4대’인 김주애에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며 극존칭 예우를 하고 군 장성들의 충성 맹세를 암시하는 행위가 이어지면서 김 위원장 불안한 후계구도를 안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4대세습 후계자 띄우기 행보를 가속화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금까지 북한 전문가들은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북한에서 어린 나이의 여성을 후계자로 삼기에는 부정적이었으며, 김주애를 미래세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무기의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한 ‘핵 마스코트’란 상징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전날 군 장성 숙소를 찾았다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존경하는 자제분과 함께 숙소에 도착"하셨다고 밝혔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과 11월 26일 ICBM 개발과 발사 공로자와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등장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김 위원장이 김주애와 함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을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한 것까지 포함하면 4번째다. 통신은 지난해 11월 김주애를 최초로 소개할 당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 언급했고 두 번째 자리에선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는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높아진 위상을 드러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을 기념해 지난 7일 딸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장병들의 숙소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숙소 방문 이후 건군절 기념연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날 공개된 사진 곳곳에선 북한의 의도가 담긴 파격적인 연출이 드러났다. 김주애는 헤드 테이블에서 아버지 김 위원장과 어머니 리설주 여사 사이에 앉았는데, 사진의 초점은 김정은이 아닌 김주애를 향했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몸을 살짝 김주애 쪽으로 향했고 김주애는 반듯하게 앉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다.

환갑이 훌쩍 넘은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장성들이 김주애 뒤로 병풍처럼 정자세로 서 있다. 김 위원장이 연회장에 들어서는 장면에서도 그는 부인이 아닌 딸의 손을 꼭 잡고 레드카펫을 걸어 행사의 스포트라이트가 누구에게 쏟아졌는지 보여줬다.

반면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은 별도로 발행하지 않았는데, 그가 여러 참석자 속에 섞여 있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스치듯이 포착된 정도였다.

김주애가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 대외활동에서도 초상휘장을 부착하지 않았다. 리설주 여사도 초상휘장 대신 북한의 국장(國章·나라를 상징하는 공식적인 표장)을 형상화한 브로치를 달았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김 위원장과 리 여사 정도다. 김여정 부부장도 가슴에 초상 휘장을 단 채 활동한다.

이런 모습에 김주애를 김 위원장의 4대세습 후계자로 띄우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다시 점화됐다. 김주애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후계자라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초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보고한 바 있다.

이와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존경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김주애에 대한 개인숭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면서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을 기념해 지난 7일 딸 김주애와 함께 인민군 장병들의 숙소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숙소 방문 이후 건군절 기념연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정 실장은 "로동신문 사이트에서 ‘존귀’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이 용어는 김일성과 김정일과 같은 ‘선대 수령’ 그리고 김정은과 같은 ‘현재 수령’에게만 사용돼 왔다"며 "이처럼 북한의 절대권력자를 의미하는 ‘수령’에게만 사용된 용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곧 그가 북한의 ‘후대 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존귀’라는 표현은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에게도, 북한의 ‘사실상 2인자’로 간주되는 김여정에게도 지금까지 사용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과 같은 군주제적 스탈린주의체제에서 김정은의 딸 사진이 로동신문 1면과 2면, 3면에 공개된 이후 그가 일반적인 북한의 청소년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체제에서 김정은의 자녀는 왕조체제에서 왕자나 공주와 같은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김정은과 리설주의 얼굴을 합성해놓은 것처럼 둘의 얼굴을 빼닮은 김주애의 사진이 로동신문에까지 공개됨으로써 그는 앞으로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에서 여성은 ‘수령의 후계자’가 될 수 없을까?

현재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 상당수는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북한에서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있겠는지 의구심을 표현하며 김정은의 장녀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의 후계자론에 의하면 후계자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자질이다. 북한의 후계자론에서 수령의 후계자가 남자인가 여자인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정실장은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북한에서 여성의 후계자 세습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반박했다. 그는 "10대에 스위스에서 4년 반 조기 유학생활을 보낸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 김정일처럼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론 김정은도 비슷한 조건이라면 ‘장남’을 선호하겠지만, 그의 장남이 김정철처럼 온순하고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예술에만 관심이 있다면 그런 장남을 후계자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정은의 ‘장녀’ 김주애가 비록 여자이기는 하지만, 김정은처럼 배짱이 있고, 정치적 야심이 있으며, 김정은의 권력과 정책을 승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김정은으로서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주애는 북한 미래 세대의 상징일뿐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박계리 통일교육원 교수는 "김주애가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반면 김여정은 늘 달고 있는 건 백두혈통을 떠나 ‘실질적 리더가 누구냐’를 나타내는 부분"이라면서도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뜻이 아니라 정통성이 있는 적통임을 부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주애는 검은색 투피스와 메리제인 슈즈(발등에 끈이 있고 앞 코가 둥근 구두)를 착용했으며 아이라인까지 그려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그는 첫 등장 때 패딩점퍼 차림이었으나 두 번째 행사 때는 어머니 리 여사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해 성인 여성과 흡사한 차림으로 등장한 바 있다. 어린이일지라도 이른바 로열패밀리인 ‘백두혈통’으로서 권위를 부각하려는 연출로 보인다. 박계리 교수는 "어린아이를 왜 저렇게 어른처럼 입혔냐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사회주의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복장 규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여정은 평양 멋쟁이들처럼 종종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를 입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리설주와 김주애는 최근 철저히 몸의 선이 드러나지 않는 투피스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A라인 치마 등을 입어 보수적 차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설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형상화한 목걸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목걸이는 은색의 길쭉한 미사일 형태로 탄두부는 화성-17형처럼 흰색과 검은색의 격자무늬로 칠했고, 끝에 4기의 1단 엔진이 달린 모습이다.

이는 북한이 화성-17형 발사 성공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을 발사했으며, 전문가들은 사실상 발사 성공으로 평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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