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 속 서릿발 같은 외침 김종경 시인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현상을 시를 통해 고발하는 김종경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별꽃 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현상을 다루면서 내면의 울림을 주는 서정적 리얼리즘의 정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용인에서 태어나 지역 문제에 천착해온 시인은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기우뚱, 날다’,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등을 펴냈다. 지역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오며 ‘용인문학’과 '용인신문' 발행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신간에서 50여편의 시를 통해 자연과 사람을 노래한다. 시를 보노라면 흰 눈이 덮인 대지에서, 때론 고산지대의 커피 농장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신음하는 새들과 목련과 아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자연과 삶 속에서 그가 꼿꼿하게 외치는 화두는 변방과 주변, 약자다.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그는 시인만의 렌즈로 포착한 연약한 생명체에 주목하고 슬프고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산과 들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숲속 오솔길이 사라지자 소리보다 빠른 자동차 길들이 또 다른 세상의 문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일 줄이야 길 잃은 고라니와 짐승들이 차례차례 불빛 속으로 뛰어들던 밤, 나도 아득한 절벽 아래로 한없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시 ‘혼돈의 밤-천만 마리를 위한 진혼곡-’ 중에서) 라며 내뱉은 시인의 독백엔 생태 위기와 자연, 인간의 탐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상념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그의 시는 슬프지 않다.
“소나무 위에서/독수리가 스스로 목을 맸다//…//지금도 지구를 떠도는/수억의 유목민과 전쟁 난민들이/새만도 못한 종족 공동체로/꿋꿋이 살아가고 있다는/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나는/독수리의 온전한 귀향과/명복을 기원하는 바이다”(시 ‘떠도는 새’ 중에서)처럼 절망하거나 항복, 포기하지 않는 인간성 회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총 5부로 나뉜 시집에서 시인은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사이의 길목에 놓여 있는 사물의 내부를 파고들 듯 훑어내렸다.
“그의 시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잉태한 생명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다”라고 말한 이상권 동화작가의 말처럼 피를 토하듯 내뱉은 시어들 속에서도 그의 시는 지속적으로 안온하고 서정적이다. 인간 실존의 부조리함을 위트와 구수한 넉살로 반전시키는 여유로움의 미학 때문일 테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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