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바이 아메리카'···中겨냥 "美상대 베팅 말라" 경고도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3. 2. 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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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국정연설···집권 후반기 재선 행보 시동
일자리창출 등 2년간 경제성과 강조
"모든 자재 美서 제조" 기준마련 예고
기술통제 등 "中에 사과 안해" 단언
공화당과 '부채한도 상향' 협치 당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도로, 미국 다리, 미국 고속도로가 미국 제품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 후 두 번째 국정연설에서 지난 2년간의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기조를 더욱 명확히 했다. 또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정찰풍선 문제를 의식한 듯 중국의 주권 침해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마친 후 8~9일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플로리다주 등을 연이어 방문할 예정이며 미국 언론들은 사실상 그의 재선 행보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은 미국서···수십만 개 일자리 창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년 전 우리 경제는 휘청거렸으나 우리는 기록적인 1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이는 4년 동안 어떤 대통령이 만들어낸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 72분간의 연설 중 가장 많은 시간(8분 30초)을 경제 성과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미국의 공급망이 미국에서 시작되도록 확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법(칩스법)을 통해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오하이오주에서 이뤄지는 인텔의 대규모 투자를 거론했다. 상무부는 이달 말 칩스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인프라법 통과로 탄력을 받은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 확대를 발표했다. 연방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프라 사업에서 미국산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건설자재를 미국에서 만들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산 목재, 유리, 석고보드, 광섬유 케이블(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中에 사과하지 않을 것···美 상대 베팅 좋은 생각 아냐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협력 방안’을 찾되 미국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과 세계의 혜택이 우선한다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우리가 지난주 분명히 했듯 중국이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주 본토 상공으로 침투한 중국의 정찰풍선을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한 바 있다. 중국은 이 풍선이 민간용이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예민해 하는 기술 통제도 한층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미국을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것, 우리가 미국의 혁신 및 미래를 좌우하고 중국 정부가 장악하고자 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나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독재 정권 등에 맞서 결집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상대로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초정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개하며 “우리는 시간이 걸리는 한 당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부채 한도 조건 없이 높여야···재정적자는 부자 증세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을 향해 “지난 의회에서 우리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면 새 의회에서도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협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올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문제에 공화당이 조건 없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 친구 중 일부는 그들의 경제계획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한 경제를 인질로 잡으려고 한다”면서 공화당 일각에서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예산 삭감을 부채 한도 협상의 조건으로 내거는 것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지적해온 재정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세금에 대한 내 제안을 통과시켜달라”면서 “어떤 억만장자도 학교 교사나 소방관보다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연 소득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최소 20%의 소득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대형 정유사들이 그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며 “이것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을 4배로 올릴 것을 제안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날 국정연설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반복적으로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문제로 공화당을 비난하자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펜타닐 문제를 거론할 때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국경, 국경”을 외치며 “당신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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